지방선거와 보수의 살길

  • 기사입력 2018.07.04 14:06
  • 최종수정 2018.07.04 14:07
  • 기자명 이진구(자유기고가)
이진구(자유기고가)
이진구(자유기고가)

  몽골의 속담 '두 번 실수는 안된다'
  몽골의 초원에 늑대 한 마리가 낮은 풀 옆에 납작 엎드려 있다.
  이때부터 100여m 앞의 가젤을 사냥감으로 정하고 성공을 위한 기다림이 시작된다.
  인내심으로 기다리길 두 시간, 세 시간을 넘어선다. 가젤이 늑대 주위로 와서 가장 유리할 것 같은 순간에도 늑대는 기다림의 고통을 끝내지 않고 더 유리한 순간을 위해 참는다.
  때로는 새벽에 가젤이 오줌보가 차서 잘 달리지 못할 때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늑대는 이 작은 풀 섶에서 움직이지 않고 12시간 이상을 고통을 인내하며 기다린 것이 된다.
  이런 고통스런 긴 기다림이 몽골 초원의 늑대가 사냥에 성공할 확률을 100%에 가깝게 만든다.
  그래서 나온 몽골의 속담이 있다.
 “몽골의 늑대는 두 번 실수하지 않는다.”
  늑대가 이렇게 뼈를 깎는 고통을 참으며 두 번의 실수를 범하지 않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야당 참패
  보수야당의 생존 문제가 걸린 국민들의 강력한 경고가 지난달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과 자유한국당의 참패로 나타났다.
  그나마 유일하게 대구·경북의 시민들이 보수에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어 당 해체의 위기는 면했지만, 다시 한 번 국민의 요구에 반한다면 존재마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지방선거를 통해 보냈다.

  보수 야당의 지방선거 참패 이유는


  첫째,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는 선명한 대비효과에서 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민 무시, 재벌 혜택' 등 두 전직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와 확연히 차이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기조는 ‘소통과 서민’이다.
  특히, 대비되는 낮은 자세로 임하는 대통령의 성품은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충분하다.


  둘째, 현 정부의 평화와 통일 신념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평화와 통일을 향한 일관된 신념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었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국민들이 지지하게 된 것이다.


  셋째, 대선 출마 야당 대표의 무조건 반대이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대선 후보들은 낙선에도 불구하고 반성 없이 이례적으로 대선 직후 당의 대표가 되었다. 그리고는 마치 아직도 대선 기간인 듯 ‘무조건 반대’만 했다.
  야당에게 발목 잡혀 있다고 생각한 국민들이 오히려 대통령과 여당에게 동정표를 몰아줘 여당 압승을 만들었다.
  종합하면 야당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오지 못하여 과거 권위시대의 집권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국민은 이를 외면한 결과이다.

  경산시 의회에도 진보 의석 1/3 넘어 경산에서도 변화의 요구가 거세었다.
  더불어민주당 5명과 정의당 1명 등 진보진영 정당 경산시의원 출마자 전원이 당선되어 15석의 시의회 정수 중 6석을 차지했다.
  경산의 지방정치와 지방행정도 달라져야 한다는 시민들의 해묵은 요구의 발현이다.
  경산시민이 왜 진보적인 정당에게 6명의 시의원을 배정했으며, 앞으로 이런 민의를 어떻게 시정에 반영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달라진 시의회 모습 첫 시험대가 임원 선출이다.
  국회든 지방의회든 정치는 협상을 통한 화합이 우선이다.
  시의회 의장을 비롯하여 5개의 자리 중 6명에 상응하는 2개의 자리를 진보진영에 주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자리 문재가 아니라 향후 시와 시의회가 바뀐 시민의 요구를 어떻게 겸허하게 수렴하는가 하는 자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회를 보면 자유한국당보다 18석이나 많은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에 상임위의장 분배를 8 : 7로 제안하는 것도 다수결 보다 상식과 협치가 국민의 바람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경산시의회에서 단순히 의석수 3석 많은 자유한국당이 바뀐 정치지형을 무시하고 의회를 장악하려고 고집한다면 큰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시민을 중심에 두는 정치 ‘가치 정치’
  굳이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압승 이유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가치의 중요성’을 실천하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인권의 가치, 복지의 가치,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또한 장애인과 다문화가족 등 소수자의 가치를 무시하지 않고, 국민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가치를 추구한다.
  그것이 비록 어렵고 더뎌도 진심을 담아 노력한다.
  야당도 야당의 가치를 만들어 국민들의 마음을 담을 준비를 해야 한다.

  경산시정도 가치를 담아야 한다.
  앞으로 시정에 대한 자료 요구도, 공청회 요구도, 토론 요구도 많아질 것이다.
  확인되지 않고 예측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 지연과 반대도 많아질 것이다.
  적은 혈세도 꼼꼼히 따지고 찌질하게 보일 수 있지만 밥값도 하나하나 따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민들을 중심에 두는 진심어린 정책에 대해서는 어느 시의회보다 빠르고 적극적인 찬성과 실천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스마트 시대에는 진심이 담기지 않은 가벼운 눈속임에 속는 시민이 없음을 잘 알아야 한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리영희 선생이 새의 좌우 날개를 강조한 이유는 균형이다.
  보수의 폭망이라는 균형을 잃어버린 한국 정치가 오래 갈수록 국민이 불행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가치 있는 건강한 보수가 나와 균형 잡힌 정치가 되기를 바란다.
  역설적으로 경산시의회는 이제 균형을 잡아가고 있기에 아름답고 멋있는 비상을 기대한다.

  재기하는 것도, 바뀐 지형을 받아들이는 것도 인내와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초원의 늑대가 알고 있듯이 ‘두 번의 실수’는 엄청난 고통을 부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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