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기해년 황금돼지의 해

육십갑자로 헤아리면, 서른여섯 번째 해

  • 기사입력 2019.01.30 09:30
  • 기자명 김종국 기자
▲ 2019년 새해 일출 광경(대구한의대학교 대종각에서 쵤영)
▲ 2019년 새해 일출 광경(대구한의대학교 대종각에서 쵤영)

  2019년은 천간(天干)이 기(己)이고 지지(地支)가 해(亥)인 해로, 육십갑자로 헤아리면 서른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해이다.

  흔히들 금년을 황금돼지해라 지칭하는 것은 민속학에서 12지지(地支) 중 갑(+)·을(-)을 청색(木), 병(+)·정(-)을 적색(火), 무(+)·기(-)를 황색(土), 경(+)·신(-)을  백색(金), 임(+)·계(-)를 흑색(水)이라는 데서 유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니 기해년은 60년마다 돌아온다는 것으로, 61년 되는 해를 회갑 또는 환갑(還甲)이라 하며, 이에 60갑자는 10간(干)과 12지(支)를 결합하여 만든 60개의 간지(干支)를 육십간지·육갑이라 지칭한다. 이에 시작되는 10간은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이고, 12지는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가 된다. 여기에 결합방법은 처음에 10간의 첫째인 갑과 12지의 첫째인 자를 붙여서 갑자를 얻고, 다음에 그 둘째인 을과 축을 결합하여 을축을 얻는다.

  이와 같이 순서에 따라 하나씩의 간지를 구해 나가 60개의 간지를 얻은 후, 다시 갑자로 되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간에 6개의 지가 배당되는 셈이다. 간과 지가 사용된 역사는 분명하지 않으나, 이는 오랜 세월을 거쳐오면서 우리 민족과 함께하여 왔음은 부정할 수 없다.

  여기에서 황금 돼지해인 기해(己亥)년은 각가지 황금돼지에 관한 설화와 함께 금년 한해를 기대하는 소망 또한 다양하기만 하다.

  우리 설화에서 전승돼는 황금돼지에 관한 설화는 그 대표적인 설화가 고운 최치원 선생 탄생신화로부터 기인(起因) 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운 최치원 선생은 신라의 대학자로, 아버지는 견일(肩逸)이다. 최승우, 최언위와 함께 문장의 대가인 '신라삼최'로 꼽히는 인물로, 중국에서 과거에 오르고 이후 신라로 돌아와 골품제의 영향으로 뜻을 펼치지 못하자 저술 활동에 전념하며 만년을 맞았다는 인물로, 경주 최씨의 중시조이며, 다음과 같은 설화를 바탕으로 금돼지의 자손이라 전승되고 있다.

  이의 설화는, 옛날에 경상도 창원부에 새 부사(府使)가 부임하면 그때마다 부사의 아내가 사라지는 일이 있었다 한다. 당시 최치원의 아버지가 그 소식을 듣고 스스로 지청하여 창원 부사로 부임해 왔다. 그의 아내는 자신이 사라질 것을 미리 대비하여 명주실 꾸러미를 몸에 지니고 있었다. 최치원의 아버지는 아내에게 만약 아내가 사라지면 명주실을 따라 구하러 갈 것이니 향을 피우면 자신이 왔다는 표시라 여기라고 말했다.
  그가 창원 부사로 부임한 3일째 되던 날, 그의 아내 또한 예외 없이 사라졌다. 이에 부사는 아내가 남긴 명주실을 따라 마산 앞바다의 한 섬으로 갔다. 그리고 명주실이 이어져 들어간 바위 앞에서 향을 피워 자신에 아내에게 자신이 온 것을 알려 주었다. 한편, 아내는 금 돼지에게 납치당하여 그곳에 잡혀 있었다. 아내는 금 돼지에게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금 돼지는 사슴 가죽을 자신의 코 위에 붙이면 죽어 버리기 때문에 사슴 가죽이 제일 무섭다고 대답했다 한다. 마침 부인은 사슴 가죽으로 만든 열쇠 꾸러미 끈을 가지고 있었기에 부사 아내는 금 돼지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그 가죽끈을 금 돼지의 코 위에 올려놓았는데 금 돼지는 잠든 상태로 죽어 버렸다 하였다. 이로써 부인은 부사가 피운 향을 따라 바위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최치원이 태어났다 하였다. 그 이후로 사람들이 최치원의 아버지를 금 돼지라 하였다 한다.

  또한 설화는 돝섬의 이야기다.
  옛날 가락국 왕의 총애를 받던 한 후궁이 어느 날 갑자기 궁중에서 사라져 마산의 한 섬에 숨었다. 이를 안 신하들이 그에게 환궁을 재촉하자 그는 돌연 황금돼지로 변해 무학산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후 황금돼지가 맹수로 변해 백성을 해치고 다니자 화가 난 왕이 군병을 동원해 황금돼지를 포위하자 순간 황금돼지는 한 줄기 빛으로 변해 섬으로 사라졌다는데, 그때부터 섬은 돼지가 누워 있는 모습으로 변해 돝섬으로 불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고려 태조 왕건의 아버지가 황금돼지를 선물 받았다는 이야기 등 황금돼지와 관련한 설화는 다양한 통로로 전승되고 있다.

  또한, 돼지는 일찍부터 제전에 희생으로 쓰여진 동물이기도 하다. 《삼국사기》고구려 본기에는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낼 때 쓰는 희생으로 교시(郊豕)에 관한 기록이 여러 번 나온다.
  서기전 1년(유리왕 19) 8월에 교시가 달아나므로 왕이 탁리(託利)와 사비(斯卑)로 하여금 뒤를 쫓게 하였더니 장옥택(長屋澤) 중에 이르러서 돼지를 찾아 각근(脚筋)을 끊었는데, 이 사실을 왕이 듣고 “제천(祭天)할 희생을 어찌 상할 것이냐.”하고 두 사람을 갱중(坑中)에 넣어 죽게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여기서 제천의 희생으로 돼지를 길렀으며 이 돼지는 매우 신성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 2년(유리왕 21) 3월에도 달아나는 교시를 뒤쫓다가 국내위나암(國內尉那巖)에 이르러 산수가 심험(深險)함을 보고 국도(國都)를 옮겼다는 기록이 있다.

  이밖에도《삼국사기》 잡지(雜志)에도 〈고기(古記)〉를 인용, 고구려는 항상 3월 3일에 낙랑의 구릉에 모여 사냥하고 돼지와 사슴을 잡아 하늘과 산천에 제사한다고 하였고, 《동국세시기》에는 산돼지가 조선시대 납향(臘享)에 제물로 쓰였다는 기록도 있다.
  이외에도 돼지에 관한 속설도 많이 있다. 임신 중인 여자가 돼지고기를 먹으면, 아이의 피부가 거칠고 부스럼이 많다고 하며, 산모가 돼지발을 삶아 먹으면 젖이 많이 난다고 하였다. 또한, 돼지 꼬리를 먹으면 글씨를 잘 쓴다 하였고, 꿈에 돼지를 보면 복이 오고 재수가 있다고 하였다.
  돼지꿈은 재물이 생길 꿈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돼지를 지칭하는 한자의 음이 돈(豚)이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있다.

  우리 속담에 더러운 것은 더러운 것과 사귀기를 좋아한다는 뜻으로 ‘돼지는 흐린 물을 좋아한다.’또 제격에 맞지 않게 지나친 치장을 할 때 ‘돼지우리에 주석 자물쇠’그밖에 ‘돼지 값은 칠 푼, 나무 값은 서 돈’,‘돼지 밥을 잇는 것이 네 옷을 대기보다 낫다.’,‘파리한 돼지 두부 앗은 날’,‘돼지 멱 따는 소리’,‘모주 먹은 돼지청’등 다양하다.
  그 밖에 「돼지꿈 해몽」이라는 설화도 널리 전승된다. 어떤 사람이 돼지꿈을 꾸었다고 하자 먹을 것이 생길 것이라 해몽하였는데 과연 그러하였다.
그래서 그 사람이 또 돼지꿈을 꾸었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입을 것이 생긴다고 해몽하였는데 과연 그러하였다. 그 사람은 해몽자를 찾아가 또 돼지꿈을 꾸었다고 하니 이번에는 몽둥이찜질을 받을 것이라고 풀이하였는데, 과연 매를 맞았다 하였다.
  이의 해몽 근거를 해몽자에게 물었더니 돼지가 처음 꿀꿀거리면 먹을 것을 주고, 다음에는 깃을 우리에 넣어주고 다시 소리를 치면 작대기로 때려주는 이치와 같다하였다. 이처럼 돼지의 생태는 해몽의 근거가 될 만큼 우리에게 친근하게 알려진 해학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황금돼지 해에도 매 9주기마다 돌아온다는 삼재(三災)만은 예외일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충고에 이에 해당하는 나이는 이후 3년간 매사에 신중하고, 경계하며 인내와 절제하는 자기성찰이 필요하다는 점과 이로써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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