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결렬] 北의 허를 찌른 美 "영변+α 원해"..장기전 가나

트럼프 "북한, 제재완화 요구했지만 우리가 원한 걸 주지 못했다"
김정은 "비핵화 의지 없으면 안 왔다."

  • 기사입력 2019.02.28 22:23
  • 기자명 파이낸셜뉴스 자료제공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2월 28일 결렬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시계제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28일 종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미가 합의문 서명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 "(북한이) 우리가 원했던 부분의 비핵화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2월 28일 결렬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시계제로다. 지난해 3월 북·미가 1차 정상회담에 합의한 지 약 360일 만에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여정이 기로에 섰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현 시점에서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영변 핵 시설 외에 추가적으로 큰 핵시설이 있음을 언급하며 "영변+α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가로 발견한 시설이 우라늄 농축과 같은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저희가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 했다. (핵)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들을 합의하지 못 했다"고 설명했다.

  제2의 영변 핵시설이 북·미 회담의 복병으로 등장한 것. 이로써 당초 영변 핵시설 폐기로 대북 제재완화를 거래해 볼 수 있다고 본 남북의 판단이 모두 빗나갔다. 미국이 영변 핵시설 이상의 대규모 핵시설로 협상 수준을 높임에 따라 북·미 핵협상이 이전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단기에 끝낼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우리에게 줘야지만 우리도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있다"며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단독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선 "속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발언을 수 차례 반복했다. 이런 언급은 북핵 문제를 단기적으로 해결하는 데 치중하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속도조절론'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우리가 여러 해에 걸쳐서 많이 만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합의가 이뤄진 뒤에도 함께 할 것"이라고도 한 것도 제2의 영변핵시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끌려가지 않고, '트럼프식 룰'대로 협상판을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와 미국 차기 대선 시점과 맞물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번 협상판의 클라이막스를 올해 10월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시기에 임박해서나 향후 미국 대선 시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기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뉴스의 헤드라인을 지속적으로 장악하기 위해선 살라미 기법으로 협상을 끌고 갈 필요가 있는 것.

  북·미 대화가 시계제로에 빠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중재외교 역시 기로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전용기 이륙직후 문 대통령과 아베신조 일본 총리에게 이번 회담 결과를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북·미 대화의 구원투수로 문 대통령이 재등판할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현재까지 문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에 대해 미정이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으나 회담 실패가 장기화되지 않게 하기 위해 북·미를 잇는 중재행보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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