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완두콩

  • 기사입력 2019.04.08 23:37
  • 기자명 김도향 시인
김도향 시인 1963년 군위출생 2009년 대구문학 등단 2017년 시와소금 등단 시집(와각을 위하여)시정동인 활동
김도향 시인
1963년 군위출생
2009년 대구문학 등단
2017년 시와소금 등단
시집(와각을 위하여)시정동인 활동

완두콩

누군가의 입안에서
우리 살아온 날들이 톡톡톡, 튀어 오른다
애기손가락만한 방에서
여럿 식구 줄줄이 한 이불로 누워 있다가
이 다리 저 다리 얹고 포개다가
고만고만한 꿈으로 허공을 기어올랐다
좁으면 좁은 대로 모로 눕고
추우면 체온을 풀어 얼싸안고
그런데도 누구 하나 볼멘소리 하지 않았다
좁지만 자루 같은 방은 넓고 깊었다
아침 이슬같이 손잡고 길을 나서면
그 무엇도 두렵거나 무섭지 않았다
발걸음도 당당한 어깨엔 힘이 돋았다
한 홉보다 한 되의 힘이 한 되보다
한 말의 힘이 모여서 큰 세상을 이루듯
이 아침 식탁에서
그대들 입안에서 톡톡톡, 튀어 오른다
온통 파랗게 지구를 굴리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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