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콧등에 걸고 실파 다듬으며,
오늘은 어느 자식 올려나 녹슨 대문 내다본다.
해 그름에 실파 시들어지며
오늘도 엄마 마음 시들어진다.
유모차에 기대어 태극기 내다걸고
오뉴월 해 길어 옆집 손녀 보고 온다.
담장 옆 접시꽃 앞에서 유모차 의자에 앉아
업고 키운 내 손자 올려나
눈까풀이 십리만큼 들어간다.
꺼억 꺼억 울음 삼키며 떠나온 임당 집에
세월 먹은 서까래와 청마루가 먼지로 화장하고
뒷마당 감나무에 쥐들이 잽싸게 넘나든다.
저러지도 이러지도 못해 뼈 서걱대는 침상에서
엄마는 살던 집 보내 달라 셋째 딸 졸라댄다.
외아들 따라 간다며 때 묻은 염주 벗어 내려놓고
신부님께 배운“감사 합니다”를 수천 번 되 뇌이며
절절하게 그리던 임당 집 불 꺼질 즈음
오매불망 그리던 임당 역이 환하게 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