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활 속 청렴문화 정착

  • 기사입력 2020.08.24 13:55
  • 기자명 이양구_국민연금공단 경산청도지사장
이양구국민연금공단 경산청도지사장
이   양   구
국민연금공단 경산청도지사장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묵자(墨子)가 말한 군자의 덕목 가운데에 청렴에 관하여 짧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명언이 전해온다. "군자는 가난할 때에도 청렴함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라고 하였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자는 청렴해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그런데 가난함에도 청렴을 유지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조선시대 청빈한 관리의 표상인 청백리가 존경을 받았고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지금까지도 청렴의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으며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수천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공직자의 부패는 여전히 잘 근절되지 않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2016.9.28. 시행된 이후 우리 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겪고 있다. 3만.5만.10만원으로 대변되는 이 법으로 인해 술자리 접대문화가 사라져가고 있고 과도한 경조사 부담을 덜게 되었으며 명절 선물도 합리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편하게 공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는바, 설사 가까운 지인이 금품을 준다고 하더라도 수월하게 청탁을 거절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올해 초에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2019년도 부패인식지수(CPI)가 100점 만점에 59점, 세계 180개 국가 중 39위로서 2018년보다 6계단 오른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한 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 공단도 예외는 아니어서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청렴한 사회 정착에 동참하기 위해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고 청렴 신고제도를 운영하는 등 부패방지체계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그 결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매년 평가하는 '공공기관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1등급을 달성하여 2019년, 2020년 2년 연속 부패방지 시책평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처럼 통계수치로 나타나는 변화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청렴이 일상화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여행하고 나서 SNS를 통해 올린 체험담에서 여행 중에 가방이나 지갑을 잃어버리고 당황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되찾을 수 있었고 심지어 가방과 지갑 속에 있던 현금과 물건들이 그대로 있어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는 글들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에도 좀도둑과 소매치기가 기승을 부리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단어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전보다 살림살이가 나아진 탓도 있으나, 우리 사회 전체의 청렴도가 향상되었고 그러한 사회 분위기가 우리 고유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라고 하겠다.

  한 나라의 국력을 평가하는 잣대로는 경제력, 군사력, 인구, 면적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국민들의 청렴함도 중요한 평가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면서 높아진 우리 국격의 밑바탕에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있고, 그런 시민 의식을 가능케 한 것은 우리 일상 속에 청렴함이 굳게 뿌리 내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오늘날 묵자가 살아있다면 "공직자는 가난함에도 청렴해야 한다" 는 말 대신에 "공직자는 김영란법을 잘 지켜서 생활 속 청렴을 실천하라"고 했을 듯하다. 시행 4년째를 맞고 있는 김영란법이 청렴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며, 앞으로 우리 공단도 그 길을 앞장서서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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