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행복지수와 五福論의 현대적 해석
[3] 행복지수와 五福論의 현대적 해석
  • 대구대학교 명예교수_박천익
  • 승인 2021.06.2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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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  천  익

  행복수준을 나타내는 행복지수는 행복의 중요한 지표를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행복지수의 조사처가 어디였느냐에 따라서도 행복지수는 차이가 있다. 대체적인 행복수준을 판단하는 지수로서 근거는 되지만, 각 지표들이 엄정한 객관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행복을 판단하고 인식하는 관점에 따라서 행복지수에 포함되는 지표의 항목들이 달라지고 지수의 크기 역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행복을 나타내는 각 지표 중 어느 지표가 얼마 정도의 비중을 갖고 있으며 그 비중의 크기를 측정해 내기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 유엔이 만든 현대적인 행복지수(Happy Planet Index)는 나라별로 1,000명의 사람들의 만족도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구매력 소득, 사회적 지지도, 선택의 자유, 기대수명, 부정부패, 아량 등 6개 변수로 지수를 내어 행복도를 평가했다. 이 지수에 의하면 1위 핀란드, 2위 덴마크, 3위 스위스, 4위 아이슬란드, 5위 노르웨이 등 북유럽복지국가들이 차지했으며, 독일 17위, 미국 18위, 우리나라는 61위를 나타낸 바 있다. 이 분석은 대체로 서구의 기준에서 보았을 때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복지수들을 고려했다면 순위가 달라졌을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생활편의도의 반영이 그것이다. 예를 들면 음식배달의 편의성, 경제생활의 저렴도, 가족관계의 친밀성, 법률서비스나 의료ㆍ문화서비스의 편의성과 충실도 등을 고려하면 한국의 행복수준은 훨씬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에는 옛 부터 五福이라는 얘기를 하며 사람이 살아가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기준을 다섯 가지로 들고 이를 잘 실현한 사람을 행복한 것으로 평가해 왔다. 이 五福論은 현대적인 시각에서 행복을 평가하고 해석하더라도 매우 의미 있고 근거 있는 내용들이다. 이 내용은 유교의 5대 經典(詩經, 書經, 禮記, 春秋, 周易)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書經>에서 지적한 것인데, 이 五福論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壽 즉 오래 사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살고 죽는 生死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죽음은 모든 생명의 끝이다. 사람도 죽음으로 인생은 끝이다. 그래서 인간은 유사 이래로 오래살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그래서 역사가 발전하면서 인간의 수명은 연장되어 왔다. 성경을 비롯한 동서양의 고전들에는 역사적인 장수인을 밝히고 그 壽가 무려 천수에 가까운 기록들이 있지만, 그 기록들은 대체로 신뢰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 우리나라의 기록을 보면 조선시대 이전에는 100세를 산 사람이 거의 없다. 조선시대의 평균수명은 40세도 안되었다. 그러다가 근래에 이르러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교육수준과 의료수준도 함께 높아지고,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평균수명도 길어졌다. 2021년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 약 80 세, 여자 87 세로 나타난다. 평균 수명으로 보면 행복수준이 많이 향상된 것이다. 다른 조건이 같을 때 행복의 첫째 조건이 오래 사는 것임을 객관적으로 부정할 이유는 없다.

  둘째, 富이다. 부는 살아가는데 물질적, 정신적 필요를 채워주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이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의 삶을 보면 정신적인 면을 강조한 나머지 安貧樂道정신이 강했다. 가난해도 정신적으로 편안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살면 불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억지로 부자가 되는 것 보다는 차라리 바르고 가난하게 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물론 행복은 마음이 결정하는 부분이 크다. 그러나 인간의 삶을 현실적으로 관찰해보면, 산다는 것은 생존에 필요한 물질, 즉 재화를 소비하면서 생명을 연계해 나가는 과정이다. 물질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절대적 존재이다. 풍족한 물질의 향수는 생을 유복하게 한다. 그러나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재화들은 대부분 일정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물과 공기가 일반적으로 무한히 공짜로 쓸 수 있는 재화로 평가받고 있으나 멀지 않아 그러한 조건도 변화될 것이다. 富나 자산이 준비되지 않는 사람은 필요한 물질을 넉넉하게 향수힐 수가 없다. 그래서 살아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필요한 물질을 얻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 소위 시장자본주의사회로 일컬어지는 현대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재화를 돈을 지불하고 얻는다. 부는 행복을 이루기 위한 기초조건인 셈이다. 자본주의사회는 끝없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경쟁적으로 생산하고 그것으로 사람들은 행복실현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富는 행복의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셋째, 강령 즉 건강이다. 강령은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것을 말한다. 요즘 건강을 제일로 생각하는 추세이다. 흔히들 하는 얘기로 돈을 잃은 것은 조금 잃은 것이며, 명예를 잃은 것은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은 것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한다. 사실 건강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을 잃는 것은 생명을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건강은 행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현대인들에게 행복의 첫째 조건이 건강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넷째, 攸好德으로 남에게 많이 베풀고 덕을 즐기는 마음을 말한다. 남에게 선행과 덕을 쌓는 것을 즐겨 복덕을 쌓는 일이다. 덕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복은 쌓여진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인간관계에는 후덕함이 생명이다. 인간관계에서 너무 빡빡하고 인색한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남의 어려움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고, 남을 돕고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 경우가 바르고 이치가 분명하더라도 칼날처럼 이치를 세워 자기의 유익을 챙기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행복은 출세순도, 지식과 사회적 지위의 문제도 아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했듯이 명문학교를 나오고, 사회적인 지위가 높고 아무리 잘난 체해도 덕이 부족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다. 검소하면서도 남의 인격을 존중하고, 남을 위해 자신의 유익을 따지지 않고 덕을 실행하는 사람을 세상이 좋아하기 때문에 세상이 그런 사람을 복 받은 자로 인정한다. 자신이 베푸는 덕에 의해 자신과 남이 동시에 행복해지는 것이다.

  다섯째는 고종명考終命이다. 즉 잘 죽는 복이다. 일생을 건강하고 고통 없이 편안하게 살다가 충분한 壽를 하고 자연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출생이 인생의 중요사이 듯이 죽음 또한 인생의 중대사임은 분명하다. 죽음은 일반적으로 출생보다도 더욱 큰 의미를 갖고 있어, 죽음에 대한 예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건하고 진지하다. 그래서 죽음을 복스럽게 맞이하는 것은 행복의 중요한 요소가 될 만도 하다. 죽은 사람을 두고 세상이 애통해하고 죽은 자의 인생을 높게 기리는 삶이었다면 그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의 조건도 시대와 사회환경에 따라 조금씩은 변한다고 볼 수 있다. 현대자본주의사회에서 행복의 조건에는 경제적인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행복지수가 높게 나타나는 빈곤국가 이를테면, 부탄. 방글라데시, 에치오피아, 네팔, 캄보디아 등은 행복지수는 높은 나라로 주목받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국의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일 뿐이다. 문화적인 삶에 길들여진 선진국 여러 나라 국민들이 만일 후진국형의 그들 행복국가에 가서 산다고 가정하면, 그들은 전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행복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객관적인 행복지수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五福論은 현대사회에서도 설득력을 지닌 행복관이지만, 이들을 여하히 조정하고, 비중과 정도를 객관적 지표로 만들어 갈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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