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불평등시대의 행복경제 이야기

  • 기사입력 2021.11.17 10:14
  • 기자명 대구대학교_명예교수 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  천  익

  인류는 오랜 역사를 두고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해왔다. 그러나 유사이래로 이 불평등의 문제를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해결한 시대와 나라는 없었다. 과거 이상적인 나라로 지칭되던 중국의 요순시대나 공산주의 국가들이나 유토피아를 꿈꾸던 그 어떤 나라들도 결코 이 불평등의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는 없었다. 어떤 면에서는 불평등의 아이러니는 모두가 가난한 빈국이 될 때나 해결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한 때 미국의 소득분배론의 권위 있는 경제학자였던 아델만 교수는 한국의 소득분배를 분석하면서 6.25 동란 직후 우리나라의 분배상태가 매우 양호한 것으로 나타남을 분석한 바 있다. 그 의미는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한국의 국민소득은 모두가 가난하여 저소득 상태로 평준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소득분배가 상대적으로 균등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풍요한 나라를 이루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들도 나라마다 구조적으로 발샌하는 불평등의 문제와 싸우고 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는 자본주의사회는 불평등이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하는 헌상일 수도 있다. 자유주의 사회에서 불평등을 낳을 수 있는 요인들은 많다. 능력의 차이, 부의차이, 선택의 차이, 정보의 차이, 기회의 차이 그리고 개인적인 성격 즉 근면과 나태, 검약과 낭비 등이 모두 빈부의 격차를 가져오고 불평등을 낳는 요소들이다. 민주와 자유가 보장되는 자본주의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들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선대가 부자여서 부의 좋은 조건을 태어 날 때부터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가하면, 조상이 대대로 가난을 물려받아 태생적으로 가난한 사람도 있다. 우수한 두뇌와 건강한 체격 등 좋은 재능을 갖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 변변치 못한 건강과 별다른 재능이 없이 태어나서 부를 축적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의 선택에서도 돈을 많이 벌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고, 별로 돈을 벌수 없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의 삶은 기회와 선택의 연속인데, 부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선택을 잘 못하는 경우도 있다.

  부를 얻을 수 있는 정보,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정보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천성적으로 기회의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배움의 차이, 능력의 차이가 기회의 차이를 가져오고, 그것이 이어져 수많은 차이와 불평등을 낳는다. 민주주의사회에서 기회의 차이는 불평등의 요인이 되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은 기회의 차이를 없애고자 노력한다. 교육의 기회평등은 우리사회가 평등지지향의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회 환경이나 구조의 변화는 그러한 인위적인 노력의 크기 만큼 불평등의 문제를 잘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어떤 사람은 전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가진 능력에 의하여 거대한 부를 누리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의 능력에 의하여 유능한 사업가가 되고, 세계적인 운동선수나 예술가가 되어 큰 부를 축적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그 시대에 돈을 잘 버는 직업을 선택해서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살 수도 있다. 

  세상살이에서 완벽한 평등을 기대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의 불평등은 사회를 생동감 있게 하고, 한층 더 재미있는 사회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불공정한 사회의 룰이 구조적으로 불평등을 만들어내고, 불합리한 부의 분배가 빈부의 격차를 야기한다면, 사람들은 그걸 용납하기가 어렵다. 이상적인 자본주의 국가의 정치나 제도는 부당한 격차나 불공정을 없애고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배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도 오랜 세월동안 그러한 노력을 해왔음에도 부의 격차나 불평등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 자본주의 국가들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자연현상의 변화나 이를 대처하는 능력의 차이에서도 빈부의 격차는 발생할 수가 있다. 요즘은 코로나19 가 세계 각국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CNBC 방송이 밝힌 바에 의하면 미국의 상위 10% 계층이 주식 90%를 소유하여,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서 빈부의 격차를 커지게 하는 요인으로 코로나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 부동산 값이 오르고, 특정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소득격차가 발생하여,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 경제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수로 많이 알려진 지니계수란 것이 있다.      1912년 이탈리아의 인구통계학자 코라도 지니가 개발한 지수인데 소득분배가 균등한지 또는 불균등한지를 판단하는 지수이다. 이는 전체국민소득을 각각의 개별국민들이 얼마나 나누어 가지는지를 지수로 나타내는 것인 그 값이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고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다고 보고 있다. 보통 그 값이 0.4이하 이면 양호하고, 그 이상이면 불균등한 것으로 이해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2017년 이후 2019년까지 대체로 0.34 정도 수준을 보여 비교적 근로소득이 균등한 나라였으나, 최근 코로나19 가 덮치고 집값이 폭등하면서 점차 불평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불공정이 원인이 되는 불평등은 국민의 마음을 분열시키고 계층간의 갈등과 위화감을 증가시켜 사회의 행복지수를 떨어뜨린다.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속성 때문에 부득이하게 불평등을 감내하면서 살고 있지만, 불합리한 룰(rule)에 의하여 발생하는 불평등에 대해서는 수긍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치는 공동체의 행복을 극대화 하기 위하여 불공정한 게임의 룰을 최소화 시켜나가야 하며, 사회의 불평등 평등을 줄여나가는데 뜻을 모아야 한다. 특히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성장을 위해 경제의 효율화도 이루어나가야 하고 분배 또한 균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세계경제의 공통점은 시장의 법칙에 방치된 상태에서는 게임의 룰이 시장실패를 가져와 불평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대에 국가가 지향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경제적 불평등을 개선하여 국민의 행복을 극대화하는데 있다. 시장메카니즘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통하여 경제성장을 극대화하고 국가 발전을 지속한다는 기본원리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국민의 행복을 감소시키는 시장기능의 실패현상이나 한계점이 노출되어 국민의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경제제도의 운용은 수정되어야 한다. 무작정 시장을 신뢰하는 사고는 시대적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낡은 성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필요한 시대가 되어 감을 예측하고 있다. 정책 당국은 국리민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경제정책발굴에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잘사는 나라는 국민 개개인의 행복파이가 커짐을 통해서 국가전체의 총량적 행복이 극대화 되는 정책의 실현을 통해서 실현가능하다고 본다. 행복경제학은 부가 국민다수에게 골고루 배분되는 사회일수록 그 사회의 행복의 크기가 키지는 사회라고 보고 있다. 총량적으로 같은 액수의 부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일부의 부유계층에 집중되어 있기 보다는 저소득층 다수에게 나누어져 있는 상태가 총행복의 크기를 높여 보다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로 엄청난 소득감소 및 생산, 소비감소의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 서민생활의 불행은 현저하게 커졌다. 시장이 만들어낸 다양한 불평등과 불공정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더불어 사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구체적이고도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할 시대라고 생각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