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선거 미학과 행복경제 이야기
[13]. 선거 미학과 행복경제 이야기
  • 대구대학교 명예교수_박천익
  • 승인 2022.03.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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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  천  익

    권불십년이라고 했던가?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호언 하던 민주당 정권이 정권연장에 실패했다. 국민이 선거에서 투표로 민주당 정권을 심판한 것이다. 민주당의 문재인 정권은 집권초기 의기양양하게 이전의 박근혜 정부가 떨어드린 국격을 높이겠다고 요란한 다짐을 했었다. 그렇지만 집권 초기부터 몇 가지 정책실패로 국민의 원성을 받더니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온 나라를 부동산 공화국으로 만들 만큼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 형국민을 실망 시켰다. 국세청 세무담당자들도 도데체 부동산세제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28번에 가까운 임기응변식 부동산정책으로 국민들이 정신을 못차리게 했다. 역대 최악의 부동산정책은 일치감치 민심을 떠나게 만들었다.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의 주요지역 아파트 값은 미친 듯이 올랐고, 정부는 거의 속수무책이었다. 부동산문제는 정권 말기까지도 미해결인 채 남아있다. 집이 없는 사람은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에 통한의 분노를 삼켜야 했고, 집이 있는 사람은 턱없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때문에 울분을 터트려야 했다. 문정권이 뱉은 말을 되 담아 보면, 나라답지 않는 부동산정책으로 나라 꼴이 만신창이가 된 상황이었다. 무능한 부동산 정책에 화가 난 민심은 진작부터 정권을 바꾸어야 한다고 와신상담하고 있었다.

  이번 제20대 대통령선거는 아예 출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의 선거 게임이었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와 함께 문 정부는 몇몇 행정책임자들의 내로남불식 행동과 민심을 배반한 인사정책으로국민의 원성을 샀고, 장기적인 에너지관리 정책에서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책의 당위성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못했다. 정부는 기존의 정책을 바꾸는 주요 정책을 실시할 때는 왜 그러한 정책을 해야 하는지 반드시 국민들을 충분하게 이해시켜야 함에도 정부는 그런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이를테면 원자력 감축 정책을 실시할 때에는 왜 그렇게 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 수립계획은 어떤 방향으로, 어떤 대안을 갖고, 어떻게 수립해 나갈 것인지에 대하여 국민들을 충분하게 설득해 나갔어야 했다. 열린 사회에서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수없이 강조했지만, 정작 정책을 실시함에 있어서는 소통에 미흡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미 20대 총선에서도 정권심판의 조짐은 강했으나 그때는 코로나 19의 방역에 열과 성을 다한 정부의 노력 탓으로 민주당 스스로도 놀랄 만큼  기대 이상의 180석의 의석을 차지하여 정부를 비롯한 집권당을 안이하고 오만하게 맏들었다. 

  그 후 여권은 국민들이 열망하는 부동산 정책을 위시한 주요정책과제들을 바르게 해결하려는 열정이 식어가는 듯했다. 부동산, 에너지, 코로나 등을 비롯한 주요과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시작되었고, 대세는 정권교체로 기울어졌다. 각 후보자들이 부동산문제의 해결을 위해 수백만 호의 집을 짓겠다고 응급처방식 공약을 내세우며, 다방면에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려는 청사진을 내었지만, 이미 국민들의 마음에는 그런 공약은 그야말로 빈 空約으로 들릴 뿐, 투표의 결정은 유권자들의 정서적 판단에 따라갈 뿐이었다. 여기에 선거의 외부적 요인으로 볼 수 있는 코로나 19의 폭발적인 증가와 전국으로 시시각각 발생하는 대형 산불 역시 선거에서 여당에게 불리한 외부불경제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오미크론의 기세가 최근에 이르러 신규확진자 수 1일 35만 명 선에 육박하고, 하루 사망자 수가 200명이 넘고, 총 감염자 수가 500만 명을 넘어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코로나 감염자 수의 증가는 선거에서 이득이 될 수가 없고, 울진·삼척, 강릉·동해 등 전국적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타오르는 산불 역시 여권에는 부의 선거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오일, 천연가스 등 원자재가격이 상승하여 국민 생활이 날로 곤궁해 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선거에 미약하나마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국가 대사는 하늘이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국가의 명운을 결정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는 이러한 대내외적인 여건에서 실시되었다. 초저녁부터 시작한 개표상황은 밤 자정이 넘을 때까지 초박빙의 상황을 지속해 선거의 개표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했다. 자정을 지나 개표가 85% 수준에 이르렀을 때 역전을 시작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결국 출구조사의 예상대로 힘겨운 박빙의 승리를 했다. 결국 천심은 윤 후보를 선택했다. 선거에서 진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일찍이 패배를 인정하고 승리한 윤 후보를 축하했다, 패자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긴 윤석열 당선인도 잘 싸웠지만, 패배한 이재명 후보도 기대 이상으로 잘 싸운 선거였다. 비록 선거에서 지기는 했지만, 이번 선거는 여권의 주변 세력이던 이재명 후보가 투표에서 진 선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선거는 여권의 중심세력인 문재인 정권이 진 선거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도 하다. 

  선거는 처음부터 여권이 불리한 상황에서 출발했다. 천정부지로 타오른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분노는 아예 정권교체의 열망을 치밀어 올렸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 문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이다. 그러한 선거상황하에서 0.73%, 24만여 표의 초박빙으로 선거를 이끌어간 것은 이재명 후보자의 개인적인 능력이 크게 좌우했다고 본다. 한편 진영의 논리에서 보면 오히려 진보진영이 보수진영을 이긴 선거이다. 만일 진보성향의 심상정 후보의 2.3% 지지표가 합산되는 보수 대 진보의 완전한 1대 1의 선거를 했더라면, 아마 이재명 후보가 낙승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승리한 윤석열 당선자는 엄정한 이 선거결과를 집권 5년간 한시도 있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승리를 한 윤 당선인은 정치적 행운아이다. 그는 검찰총장이라는 공직에서 은퇴하고 정치에 입문한 지 불과 1년도 않되어 세계 베스트 10의 경제 강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선거에서 단 한 번의 도전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했듯이 그는 실정의 문재인 정권이 만들어준 한국 정치의 신성이다. 아마 국내외에서 역사상 찾아보기 드문 정치 스타를 한국의 정치사회가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될 그의 장도가 마냥 밝다고만은 얘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무엇보다도 국내외의 정치환경이 그리 녹록지 않다. 민주국가에서 중요한 정치의사 결정기구인 국회가 여소야대의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의 노태우 정권도 여소야대의 정치권을 바꾸기 위해서 고육지책으로 3당 합당을 만든 적도 있다. 그만큼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협치가 중요하다. 소수 여당과 행정부의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 자신도 무엇보다도 국민통합을 정치의 제일 과제로 언급하고 있다. 선거로 상처받고 흩어진 국민의 마음을 통합하는 일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선거의 결과에 대하여 빠르게 승복을 한 이재명 후보의 깨끗한 태도는 그의 정치적 앞날을 밝게 하는 모습이다.

  민주국가는 선거를 통해서 발전한다. 잘하는 정권은 국민이 밀어 주고 못하는 정권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서 갈아치운다. 그것이 선거의 미학이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으로 이해하고, 선거를 통한 민주 사회발전을 믿는 진실한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선거의 게임을 스스로 즐겨야 한다. 선거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조하고, 선거판 그 자체를 하나의 재미나는 스포츠 게임처럼 쿨하게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초박빙의 선거 게임일수록 오히려 흥미를 갖고 냉정한 자세로  즐길 수 있는 자는 선거를 삶의 행복 엔돌핀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이다. 이번 선거는 냉정하게 보면 정확하게 절반의 승리에 불과한 것이다. 당선자를 지지하는 세력이 절반이고, 반대하는 세력이 나머지 절반이다. 나의 의사와 반하는 절반의 의사가 있음을 잊지 않음이 민주사회의 발전을 높일 것이다. 인생도 선거처럼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음을 알고, 지지 않기 위해서 성실한 노력을 기울이는 자세를 배우는 것이 진정한 선거의 행복경제학이다. 국민들은 선거로 지나치게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저비용 고효율의 선거 게임을 즐기는 선거의 행복경제를 찾는 슬기가 필요하다. 성공과 실패는 인생의 과정에서 무한히 반복될 수 있는 일상이며, 성공이 행복의 파이를 키워나가는 중요 팩트임을 알고 선거에서 많은 유익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가들은 선거를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세상을 배운다고 한다. 유권자들은 선거를 통해서 진정한 민주시민이라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고, 선거를 삶의 유용한 에너지로 활용하는 지혜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