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인장

  • 기사입력 2021.12.08 10:07
  • 기자명 정태련
정태련
정태련

           자 인 장


                          정 태 련

덜룩한 감물 빛 두 볼에 동동구루무 긁어 바르고
자인장 나서는 엄마 치마는 설렘에 흔들린다. 

시끌벅적 장터에는 목청이 천장을 들어 올리는데 
팔려나온 씨장닭은 사각 정글에서 푸득 거린다. 
골목 담벼락에 기대앉은 촌로들 틈을 지나면 
나물 삶은 냄새가 스근하게 난다.

간 갈치 가판대에서, 
새어나온 짠물이 세월에 삭여진 고무슬리퍼에
스민 줄도 모르고, 
서 있는 줄은 마디기만 하다.

뻥튀기 자루는 뒷집 새댁 만삭 배 만한데 
양손 다섯 손 마디마디에 봉다리 걸고
막내딸 줄 생각에 가볍기만 하다.

탈탈거리는 짐 차 매연에 코가 칼칼해져도
따끈한 붕어빵의 고소함이 덮어버린다.

기다리는 버스는 길어지는데 
하룻길의 고단함도 잊어버리고
그득한 저녁밥상 생각에 가슴이 바쁘다.

푸근한 자인장 덕에 사는 맛이 더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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