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가을 여행과 행복경제 이야기 

  • 기사입력 2022.11.17 10:51
  • 기자명 대구대학교 명에교수_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  천  익

   여행이란 무엇인가? 여행은 평소의 일상을 놓고 심신의 휴식을 위하여 타지역으로 떠나는 것을 말한다. 여행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우선 여러가지 조건을 점검하여야 한다. 첫째 건강이다. 여행은 대부분 많은 걷기를 필요로 한다. 역사유적지든 경승지이든 무엇을 보고 즐기기 위해서는 일정한 정도의 걷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여행을 위해서는 적당히 걸을 수가 있어야 한다. 

  둘째는 경비문제이다. 여행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의 비용차이가 있지만 일단 여행을 위해서는 일정한 여행비용이 필요하다. 여행에 지출하는 비용은 그것을 지출하지 않고, 돈으로 갖고 있는 것 보다 여행을 하면서 비용으로 지출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다 전문적으로 얘기하면 여행의 잉여가 있기 때문이다. 즉 여행비보다 여행으로 얻는 만족도가 여행비로 지출한 돈의 효용보다 크기 때문이다.

  여행을 더욱 값진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하나 더 필요한 조건을 들라면, 좋은 동반자와 함께하는 것이다. 우선 여행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해야 한다. 함께 여행을 즐길 수 있고, 함께해서 서로가 기쁨이 커지는 동반자가 있으면 좋다. 그런 여행은 훨씬 유익한 여행이 될 수 있다. 해당 여행지를 잘 아는 동반자가 있으면 더욱 좋다. 역사유적지나 경승지의 역사적 배경이나 자연조건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전문 해설자 수준의 능력을 가진 여행자와 함께하는 여행은 여행의 가치를 월등하게 높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여행에서도 통하는 얘기다. 필자는 오래 전 몽골 여행을 하면서 역사전문가와 함께 간 적이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학자요, 이름만 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대학의 역사 교수였다. 몽골과 우리나라 고대사에 능통한 지식을 가진 그는 몽골의 역사적 유적지에 관해서 세세한 스토리를 잘 설명해 주었다. 다니는 곳곳의 유적지마다 그의 탁월한 역사해설은 여행을 통한 지적 욕구를 높여 주었고, 알고 보는 여행이 되어 여행 자체의 품격을 높혔다. 

  여행은 아는 만큼 여행을 즐겁게 하고 가치를 높인다. 삶의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성찰을 위해 간간히 챙기는 여행은 삶을 풍요롭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인생에 큰 변화를 주기도 한다. 이름있는 여행을 다녀온 후 인생이 바뀐 경우도 가끔 있다. 인간은 일만 하는 기계가 아니다. 스스로의 삶을 관리하고 즐길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만물이 결실하며 단풍잎이 아름다운 가을에 떠나는 여행은 삶의 행복을 享受하는데  특별한 효과를 주기도 한다. 계절이 가져다 주는 의미와 여행지의 신선하고 아름다운 모습들을 살필 수 있는 가을 여행은 삶의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큰 기여를 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많은 인물들이 여행을 통해서 인생의 중요한 일들을 해내곤 했다. 더러는 여행을 인생의 도락으로 즐긴 사람들도 있다. 공자는 천하를 철환하며 보고 느낀 인생의 진리를 깨우치며 사람들을 가르쳤고, 많은 학자나 문인들은 여행을 통해서 사유와 깨달음을 얻어 자신의 사고와 철학을 정리하는 기회로 삼기도도 했다. 경제학자 아담스미스는 가정교사를 하던 백작집의 아들을 데리고 유럽여행을 한 후, 불후의 경제학 고전 <국부론,1776>을 썼고, 근대경제학의 창건자 알프레드 마샬은 여행을 다니면서 느끼고 체험한 지식을 토대로 명저 <경제학 원리>를 저술했다. 우리나라 수필의 효시가 된 연암 박지원은 중국을 여행한 후 <열하일기>라는 명저를 쓰기도 했다. 여행은 살아있는 지식을 체득하는 삶의 현장이며, 사고와 지식의 훈련장이다. 

  많은 사상가나 문인들은 여행을 인생 도락과 사유의 기회로 삼았다. 즐겁게 여유있는 마음으로 홀가분하게 떠나는 여행은 인생의 많은 것을 얻게 하는 행복의 체험장이다. 어디든지 마음 가는 곳을 부담 없이 다니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확인하고, 이름난 맛집을 찾아 남이 해주는 갖가지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즐기는 여행은 견도락과 식도락은 인생의 멋과 여유를 즐기는 슬기로운 선택이기도 하다. 기분전환을 위해 가볍게 떠나는 가을 여행은 국내 여행이 해외여행 이상으로 여행의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사정이 되어 해외의 이 름난 곳을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국내의 여행도 이에 못지 않는 여행의 효과를 준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을은 세계에서도 으뜸가는 멋진 계절이기에 국내에서 가을을 즐기기 위한 여행은 코로나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경제적인 행복의 실현장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가을은 삼천리 금수강산이자,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명산 청해의 보고이다. 대국들인 중국이나 미국 등 외국의 가을이 장엄하고 기괴한 풍치라면, 한국의 가을은 손끝에 잡히는 정감이 있는 가을이다. 하늘이 푸르고 높으며, 산이 아름답고 바다가 정겨운 한국의 가을여행은 우리 국민들과 정서적으로 길들여져 편안하고 안락하다. 우리나라 가을 여행은 무엇보다도 편안함을 통해서 효율성을 높이는 경제적인 여행이다. 

  큰 나라 거대한 자연을 느끼는 세계의 경승지는 그들 나름의 문화요, 자연이다. 미국도 중국도 유럽도 호주도 대자연의 위용과 절경을 느낄 수는 있지만, 우리의 가슴과 품에 안기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여행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내에서 즐기는 가을여행은 우리만이 느끼는 독특한 문화와 자연을 향수하는 행복경제 여행이다.

  우리나라의 가을 여행은 따뜻한 우리의 정서와 문화가 호흡하는 안락감이 있어 평안과 행복을 준다. 사람의 정서와 문화는 오랜 시간 조상 대대로 지켜온 터전에서 살아오면서 생활 속에 은은하게 몸에 익혀진 것이다. 그래서 문화는 자기만의 독특함이 생명이다. 우리나라의 가을 여행은 일상에 생기를 새롭게 불어넣는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의 여행은 대부분의 여행지 문화가가 비슷하다. 숙박 시설, 음식문화 등 생활문화가 비슷하고, 교통수단이 편리하며, 곳곳의 생활패턴이 우리의 일상과 편안하게 길들여진 곳이다.

  언어와 문화 그리고 먹거리에 장벽이 없고, 삶이 길들여진 애국심과 함께 하는 특별한 만족감이 있다. 국내 여행은 수용이 쉬운 새로운 체험이며, 일상의 삶과 무리 없이 호흡하는 여행이다. 가을에 떠나는 국내 여행은 인생의 의미를 질적으로 새길 수 있는 유익하고 가성비 높은 행복경제를 실현하는 경제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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