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 청와대

  • 기사입력 2015.06.22 23:45
  • 최종수정 2015.06.23 09:08
  • 기자명 정재학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전파로 인해 온 나라가 혼돈에 빠졌다.

  2015.6.22. 현재 전국적으로 확진172명, 사망 27명, 검사 중 37명, 격리자 4,035명으로 지난 달 5.20 발병확진이후 그 수가 점점 증가하여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그 동안 메르스 청정지역이라던 대구·경북도 지난 12일 포항기계에 이어, 16일에는 대구 남구에서도 최종 확진환자가 1명 발생했다.

  유사 호흡기 질병인 2003년도의 사스(SARS) 때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전 세계적 모범방역국가였던 우리나라가 이번에는 왜 이렇게 초기 대응이 미숙했는지 의문이다. 왜 중앙정부와 질병관리본부 그리고 의료기관들이 쉬쉬하며 부실·늑장 대응하다가 일을 크게 만들고, 감염된 환자들도 조심하지 않아 전체적으로 쉽게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르렀던 것일까?

  지난 해 세월호사태와 이번 메르스 사태 대응을 지켜보면서 아무리 생각해도‘국가최고지도자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위기대응 및 위기관리능력에 문제가 있어서 그러하다’ 는 것과 ‘재벌’ 외에는 달리 떠오르는 답이 없다. 300여명의 학생이 사망한 세월호사태 때도 소위 구조 골든타임을 지나 7시간이나 사라졌던 대통령. 불과 1년 후의 메르스사태 때도 최초 발병확진 후 10여일이나 지난 후에 언론에 등장한 대통령의 주관심사는 국회법과 ‘정적(?) 누르기’이었지 메르스 대응은 아니었다.

급기야 야당소속 서울시장이 심야 기자회견을 통해 심각성을 알리는 지경에도‘독자적인 대응으로 혼란을 초래하지 말라’는 국민의 위기의식과 전혀 엉뚱한 말씀을 하지 않나? 거기다가 해당 주무부서인 복지부 장관은 그 때까지도 메르스 ‘확진 및 감염·경유병원들을 밝히지 않겠다’는 정말‘택도 없는 소리’를 해대었다.

  도대체 이 정부의 최고선은 무엇이고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소수 재벌의 보호자인가 아니면 대다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왜 우리 국민은 이런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질문을 계속해야만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답도 제대로 듣지 못하는가? 1년이 지났지만 세월호사태는 정확한 원인도 규명하지 못하고 책임도 제대로 지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수 십 년간에 쌓였던 적폐 탓으로 돌리고 그 것을 청산하겠다던 대통령을 믿었던 유가족들의 한은 깊어만 간다. 또한 그 말을 믿고 지켜보고 있는 국민은 가슴이 답답하고 까닭 없이 미안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지난 1년 간 무슨 적폐를 어떻게 청산했는가?

  엄청난 살상력이 있다는‘살아있는 탄저균’이 민간배송업체를 통해 국내로 반입되는 배달사고가 났는데도, ‘사전에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청와대나 외교·국방 또는 보건복지부 어느 한 곳도 국민들께 진정어린 사과도 하지 않았다. 나아가 미군과 미국정부를 향해 국민 속을 시원하게 대변하여 강력한 항의와 재발방지를 위한 다짐조차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이러고도 정부이고 국가인가?

  만일 메르스 확진초기인 5월20일 경에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10년 전에 만들었다던 질병관리매뉴얼대로 절차대로 제대로만 대응하고 또 정보를 온 국민이 함께 공유했더라면, 다른 감염자들처럼 대구의 ‘그 공무원’도 27~28일 삼성서울병원에 갔을까? 갔더라도 예방조치를 안하고 감염되었을까? 감염가능성을 알았더라면 6일 동료직원들과 회식도 하였을까? 물론 그 뒤의 그의 행보는 많이 잘못되었었다.

  보건복지부는 7일 아침에서야 비로소 문제의 병원이 삼성서울병원임을 밝히면서 그것도 그 병원이 피해를 입을까 걱정했다. 십 수 일 간 쉬쉬하며 병원만 지켜주고 국민을 배신했던 무지몽매한 장관들과 공무원들 탓에, 사정을 모르고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수 천 수 만 명의 환자와 가족들이 메르스에 노출되는 위험에 빠지고 그러는 사이 피해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어갔다.

  대통령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르고 주요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참모들이나 공무원들이 이번 사태대응은 왜 이렇게 했을까?

  박대통령은 야당은 물론 자신을 대통령에 당선시켰던 다수 여당세력도 믿지 못하고 그들도 견제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사사건건 견제하고 옥죄느라 국정에 집중하지 못한 탓은 아닌지? 여야를 초월하여 자신을 보좌하여 국정을 함께 이끌어갈 총리를 널리 그리고 두루 찾지 못하고, 집권임기 반이 지나도록 자기 틀에만 갇혀 우왕좌왕하는 하고 있지는 않는지? 이를 지켜만 보며 답답해하는 국민들은 이쯤 되면 “‘청와대 얼라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하고, 뭐하고 있나?” 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많은 비서와 참모진들은 도대체 어떤 철학을 가졌기에 대통령이 이토록 만신창이가 되도록, 각종 매스컴에서 비아냥대고 조롱받는 페르디 대상으로 전락하도록 밖에 보좌하지 못하는가? 상황만 발생하면 처음에는 무조건 방어막과 보호막만 치는 것이 훌륭한 보좌가 아님을 잘 알고 있을 텐데 왜 그러고들 있는지? 한때는 ‘강단 있고 원칙 있던 정치인 박근혜’를 왜 이렇게 ‘참 무능한 대통령’으로 만들고 있는지? ‘비선의 금도’를 넘어 자기들이 여당을 제쳐두고 1등공신이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닌가?

  박대통령은 레임덕이라는 말에 지레 겁먹고 당선시켜준 160명의 국회의원 동지들이 부담스러워진 건 아닌지? 아니면 ‘그 얼라들’의 말만 믿고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그 많은 충고와 조언들을 외면하고 있지 않는지? 어쨌든 그 모든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로 돌아간다.

  여아를 초월하여 널리 그리고 두루 인재를 구하거나 답을 찾기 어려우면, 다른 생각 섞지 말고 가까이 있는 동지인 여당 국회의원들과 머리 맞대고 상의하고 함께 가십시오. 지금 국회법 거부권 같은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총역량을 결집하여 메르스 퇴치와 화합과 안정으로 흩트러진 민심을 아울러야 할 때입니다 대통령님! 이 나라 국민들이 좀 편안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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