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일과 역사교육

  • 기사입력 2015.07.27 22:07
  • 기자명 정재학


  7월 17일은 제헌절이었다. 그리고 오는 8월15일은 70주년을 맞는 광복절이다.

  1592년의 임진왜란 이후 조선은 약 300여년에 걸쳐 동인·서인, 남인·북인, 노론·소론 등의 당파싸움으로 나라가 점차 기울고 관리들의 가렴주구와 학정으로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하였다. 19세기말 꺼져가던 조선은 개화사상을 가진 관료들과 깨친 백성들의 실낱같은 자주권회복운동으로 1898년 대한제국을 수립하였다.

  그러나 제국수립의 주축이었고 입헌대의(立憲代議)군주제를 주장하던 개화파가 러시아·일본과 그들 외세를 등에 업고 전제(專制)군주제를 주장하던 수구파의 음모로 축출되고, 대한제국은 열강의 압력과 그에 굴복한 수구파들의 매국행위로 어업권·광산채굴권·군사기지조차권 등 국권을 시나브로 빼앗겼다. 급기야 1905년 일본의 강압적인 을사늑약으로 외교상의 주권 강탈, 1907년 군대 강제해산 그리고 1910년 합병으로 조선에 이은 대한제국은1392년 개국 이래 518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일본에 망하였다.

  일제 강점기 동안 우리 민족은 일본에게 위안부 강제동원과 강제징용, 쌀·광물·삼림 등 식량·군수물자와 각종 문화재 수탈 및 우리말·글을 말살당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처참한 식민 지배를 당하였다. 40년의 치욕적인 압박과 설움 속에서도 김구선생을 비롯한 우리민족 지도자들은 상해에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국내외에서 광복군을 조직하여 끊임없는 항일투쟁을 계속하였다. 연합군의 참여로 2차 대전에서 패배한 일본의 무조건항복 선언으로 1945년 8월15일 드디어 우리는 광복을 맞이하였다.

  해방이후 우리 민족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각각에 3년간 미국과 소련의 신탁통치를 거쳐, 1948년 5월10일 남한만의 총선거를 통해 제헌(制憲:헌법제정)국회가 탄생하였다. 제헌국회는 동년 7월17일, 당시 삼천만 우리 국민이 억만년 동안 한결같이 지켜야할 기본법인 헌법을 제정·공포하였다. 이로써 이 땅에서 전제왕정이 사라지고 헌법 제1조 ①항이 명시한 헌법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이 탄생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제헌절의 의미요 의의이다.

  그런데 요즈음 초·중학생뿐 아니라 심지어 고등학생 까지도 정말 소중한 우리나라 국경일의 참된 의미를 잘 모른다고 한다. 또 고등학생의 69%가 6·25한국전쟁을 북침으로 잘못 이해하고, 일본 전쟁범들을 기리는 야스쿠니 신사(神社)의 ‘신사’를 젠틀맨(gentlemen)으로 안다는 어처구니없는 얘기도 들린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우선 교육당국과 일선 학교 교사들의 책임이 크다. 언제부터인지 정확치 않지만 각 급 학교에서 국경일 기념행사가 슬그머니 없어져 버리고 한국사도 필수과목에서 제외되었다. 기념행사를 하지 않으니 교사들도 굳이 그 기념노래들과 의미도 잘 가르치지 않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국경일 당일 또는 전날 학교에서 반드시 기념행사를 하였고, 그 전에 각 반에서는 선생님들로부터 기념노래를 다 배웠었다. 가만히 음미해보면 3·1절, 현충일, 제헌절, 광복절 그리고 개천절 기념노래들이 하나같이 모두 장중하거나 아름답고 의미가 깊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우리나라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국경일은 그 자체가 살아 숨 쉬는 역사의 증언이요, 소중한 기록물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생들에게 재미있고 치열하게 역사를 가르친다고 한다. 그러면서 솔직한 기분은 ‘학생들이 해가 갈수록 정신적 성숙이 지체되는 느낌’이라 한다. 또 울산의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나라사랑 국경일 이야기”라는 교육시간을 통해 3~6학년 학생 전원에게 국경일의 참된 의미를 제대로 알게 하고, 한민족의 자부심을 일깨우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임을 깨우치고 있다한다. 참으로 바람직한 소식들이다.

  단재 신채호선생은“역사를 망각한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라고 하셨다. 역사를 망각한 민족은 실패한 과거의 역사를 되풀이할 뿐 아니라 번영을 이룰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역사는 가르치는 방식에 따라 고루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흥미진진한 살아있는 현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작금 중국은 ‘동북아공정’ 정책을 통해 엄연한 우리 민족의 역사인 고구려와 발해사를 자기네 역사로 만들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고구려와 중국의 수나라·당나라 2개 왕조 간에 걸친 전쟁 이야기를 펼쳐 보이면, 그 속에 등장하는 을지문덕장군과 연개소문· 양만춘장군의 이야기는 밤새워 이야기하고 들어도 재미있을 것이다. 또 독도와 대마도 영토분쟁과 관련해서는 신라의 이사부장군과 우산국이야기, 세종대왕과 이종무장군 이야기를 하다보면 학생들 눈빛이 초롱초롱해지고 주먹엔 불끈 힘이 들어가지 않을까?

  일찍이 이원복 교수 겸 만화가는 ‘만화로 읽는 한국사’와 ‘만화로 읽는 세계사’ 수 십 권을 펴냈다. 또 암 치료에 평생을 보냈고 본인 스스로가 10여 년 동안 간암· 폐암· 방광암을 이겨내고 완치판정을 받은 전 서울대병원장 한만청 박사(81)는 은퇴 후 우연히 우리 청소년들의 역사인식의 실태와 심각성을 깨닫고, 현재까지 300여 만 권의 역사만화 보급을 통해 청소년역사교육에 앞장서고 있다한다.

  교육당국이 내년부터 수능시험에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포함시키고, 정부가 공무원 시험에 한국사를 필수로 채택하였음은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옳은 일이다. 우리 사회의 최고 인재들 집단에 속하는 교사들이 일선학교에서 시대순으로 주입시키는 딱딱한 편년체적 역사교육을 탈피하고, 사회문제 또는 국제적인 사건·사례와 연관 지어 재미있게 또 마음먹고 제대로 하면 어떨까? 우리 민족이 독도·대마도를 넘어 간도와 만주 고토를 회복하고 말 달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경산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