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돈과 행복경제 이야기

  • 기사입력 2023.04.29 09:52
  • 기자명 대구대학교 명예교수_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흔히들 행복은 인생의 궁극적 목표이자 삶의 최고의 지향 가치라고 얘기한다. 모두가 행복을 얘기하고, 요즘은 '행복'이란 단어가 아주 유행어가 되었다. 행복학교, 행복도서관, 행복주민센터, 행복모임, 행복어머니회, 행복 어린이집, 행복병원, 행복마을, 행복포럼 등등 행복이란 단어를 쓰는 곳이 현저히 늘어났다. 필자가  재직하던 대학에서는 "학생이 행복한 대학"이라는 슬로건을 내 걸기도 했다. 모두가 행복이란 단어가 좋아서 많이 쓰는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행복의 정체는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행복이 잘 이루어지는 것일까? 행복은 안녕(安寧)이란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즉, 편안한 상태를 의미한다. 기쁨, 만족. 행운 등으로 마음이 흡족한 상태를 말한다. 옛날 성현들은 행복은 마음의 문제이며 주관적인 과제로 보고 욕심을 줄일 것을 권했다. 일찌기 <행복론>을 썼던 알랑 역시 행복은 '소유/욕망'이라고 했고,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 사뮤엘슨도 이와 비슷한 행복관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세월이 변하고 인간의 삶의 방식이 달라지면서 행복의 모습도 달라졌다. 현대를 글로벌 자본주의사회라고 얘기한다. 따라서 행복도 글로벌한 의식과 자본주의적 기치로 변하고 있다. 행복에 돈의 개념이 깃들고, 행복의 가치가 글로벌 공통가치로 변하는 추세이다. 행복을 느끼는 조건이 국제적으로 비슷해 간다는 것이다. 행복의 실체를 알고 그것에 부응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성공하는 삶을 사는 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과거엔 행복은 주관적인 개념이기에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나 인류역사의 변화와 함께 삶의 모습이 바뀌면서 행복을 실증적으로 표현하고, 경제적인 개념과 관련지어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행복의 모습이 시대적 가치에 따라 변한 것이다. 지금은 행복을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행복의 크기를 계량적인 수치로 나타내는 시대가 되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서 행복을 측정하고 비교하고 평가하는 시대가  되었다. 현대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행복은 돈이나 부(富)와 같은 물질적ㆍ경제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얼마 전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는 "2023년 세계행복보고서"를 출간했다. 행복의 결정에 돈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자료로 나타내었다. 여기에 나타난 행복도가 높은 상위권 나라들은 모두가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이다. 행복도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7.8점으로 1위를 한 핀란드를 위시하여 덴마크,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네덜란드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를 넘는 잘 사는 나라들이다. 우리나라는 조사대상국 137개국 중 57위를 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국 38개국 중에는 35위로 꼴찌에서 네 번째다. 일본, 브라질, 온두라스, 말레이시아 보다 낮다. 1인당 국민소득 32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행복국가인 셈이다. 이 행복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위정자들에게 국정운영에 진솔한 반성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잘사는 나라 국민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돈과 행복이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음도 보여주고 있다. 저소득국가가 많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행복도가 6점 이상으로 높은 나라가 하나도 없다. 돈이 뒷받침하지 않은 상황에서 행복을 얘기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한때는 히말라야의 남쪽 고산지대 부탄을 일등 행복국가로 애기하기도 했었다. 부탄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러에 근접해 저개발국으로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이번 행복도 조사에서는 이름조차 없다. 과거에 비해 행복 도는 돈이나 부에 더욱 의존되어 간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없으면 행복을 이야기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돈이 있으면 행복의 조건들을 충족시키기가 용이하다. 돈이 있으면 의ㆍ식ㆍ주를 비롯한 물리적, 생리적 욕구를 잘 충족할 수가  있다. 최소한의 돈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행복감을 느끼기도 어렵고 행복을 얘기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건강도 돈과 연결된다. 돈이 있으면 높은 의료서비스도 받을 수 있고, 기대수명도 높아진다. 부유한 나라 국민들이 안전한 환경과 환경오염도가 낮은 환경에서 지내기가 용이하다. 돈은 취미활동과 여행 등의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만들어 준다. 물론 돈으로 계산이 불가능한 행복의 조건들도 있다.

  그렇지만, 돈은 적어도 일정한 수준까지는 행복한 삶을 위한 기본조건으로써의 역할을 한다. 일찍이 경제학자 마살(A. Marshall)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두 가지 문제를 종교와 물질의 문제라고 갈파했는데, 종교는 믿는 자에게만 해당되지만, 물질은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물질과 돈의 문제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임을 지적한 것이다. 이제 지구촌은 점점 더 글로벌화 되어가고 있다. 인간의 행복이 보편적 가치에 의하여 일반화 되어가는 시대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의식체계는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행복은 물질적인 요소와 문화적인 요소를 충족시키는 가운데서 얻어지고 실현된다. 인류가 장구한 세월을 두고 추구해온 진 ㆍ선ㆍ미의 가치도 결국은 정신과 물질이 바탕위에서 전승되어나가는 것이다. 정신과 함께 돈은 인류의 행복실현을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이 없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오르면 오를수록, 문화적 가치실현을 통해서 행복을 향수하려는 욕구를 높인다. 문화의 향수는 고차적 행복실현의 방편이다.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문화가 삶의 질과 행복실현에 중요한 펙터로 작용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행복실현의 절대적인 비중이 문화향수이고, 그 문화는 돈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해 갈수록 돈의 역할과 기능은 증가한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많다고 생각했던 돈의 액수가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 옛날에는 백만장자이면 더없이 큰 부자로 느껴졌으나, 요즘은 그 정도의 부자는 별것 아닌 시대가 되었다. 시대는 행복을 채우는데 점점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행복을 향수하는데 돈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연소득 5 억 원이 넘는 사람들에게도 소득이 증가할수록 행복감은 현저히 높아진다는 연구보고가 나오고 있다. 돈이 행복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가고 있음을 말한다. 행복의 절대적 비중이 경제적인 부문에 있음을 지각하는 사람이라면, 평생 돈 관리를 잘하여 행복한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궁극적인 과제인 행복한 삶을 위해서 일상에서 경제관념을 익히고, 부를 관리하는 지식과 기술을 익히는 합리적 사고의 형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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