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선거 중립과 행복경제 이야기

  • 기사입력 2024.03.28 18:23
  • 기자명 대구대학교 명예교수_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올해는 지구촌 40여 개국이 선거를 치르는 해 라고 한다. 선거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국민의 정서와 생활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행사이다. 우리나라는 4월 10일에 치르게 될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때문에 최근의 나라안이 연일 시끌벅적하다. 흔히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거를‘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선거는 시끄럽고 불미스러운 일들을 많이 발생시킨다. 그래서 혹자는 선거를 ‘쓰레기통에서 핀 장미 꽃’으로 비유하곤 한다. 선거의 과정에서는 많은 불미스런 쓰레기 같은 사건들과 불유쾌한 일들이 가득하지만, 선거의 결과는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결실을 얻는 다는 뜻일 게다. 선거의 결과가 과연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결과를 만드는 것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일단 선거를 통해서 국민들의 신성한 주권행사가 자유롭고 깨끗하게 한 표로 실현한다는 점에서 선거는 국민참여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는 아름답고도 행복한 정치행위의 하나라고도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선거에는 우선 물심양면으로 많은 비용을 치르게 한다. 그리고 선거의 과정들을 속속들이 살펴 보면, 추하고 혐오스러운 일들이 너무도 많다. 정치적 이익을 노리는 정파들은 온 국민을 들쑤셔서 선거판 편싸움에 끌어들인다. 사실상 어느 편에 누가 당선되어도 별반 국민의 행복실현에 차이가 없는 일임에도 후보자들은 상대편이 되면 나라가 망하고, 자기가 당선되면 무슨 천국으로 가는 용빼는 수가 있는 것처럼 국민을 현혹시킨다.

  선거에서 각 선거의 진영들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권모술수, 흑색선전, 근거없는 마타도어와 엉터리 정보로 상대방을 이기고자하는 부도덕함과 저질스러움 또한 비일비재하다. 그러고 보면 선거는 사악하기 그지 없는‘정치적 술수의 장’인 셈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선거의 결과와 아무 상관없는 일임에도 후보자들은 자신들의 입신 출세를 위해 자기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과장해서 강조한다. 그리고 선량하고 순진한 국민들은 이에 부응하여 모두가 선거판의 거대한 편싸움에 말려들어 일상의 분별을 흐트러 버린다.

  선거판은 비도덕적이며, 비양심적인 경우도 많다. 인륜지사의 으뜸인 겸손과 덕망은 찾아보기 어렵고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남의 약점은 침소봉대하고, 자신의 약점은 애써 무시하거나 적당한 주장을 세워 변명한다. 그래서 선거판은 쓰레기 판처럼 사악한 악의 경연장이 되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 선거는 선거에 이기기 위하여 이념적, 지역적 대립을 조장함으로써 국민을 편가름하여 편싸움시키는 저질스러움도 있다. 보수와 진보는 원수가 되어 서로를 헐뜻고, 영남과 호남은 지역을 두고 저항의 성벽을 쌓는다. 후보 공천경쟁과정에서부터 후보자가 되어 본 선거게임을 할때도 서로를 죽이기 위한 정치 싸움은 조선시대의 사색당파를 방불케 한다. 민족적 고질병인 영남은 무조건 국힘, 호남은 민주라는 정치공식이 남북으로 나눠진 국토를 다시 동서로 두동강이 내는 꼴이다. 낡은 이념전쟁과 지역주의는 선거판의 고질적인 만성병이 되어 나라를 병들게 한지 오래 되었다. 

  그런 선거과정을 통해서 얻는 것은 이긴자의 오만과 진자의 패배주의가 되어, 국민의 심성을 메마르게 하고, 시기와 질투의 비생산적 사회의 근원으로 만든다. 근년에 이르러 언론의 자유가 높아지고, 선거운동에 대한 자유동참도가 높아지면서 선거는 한층 더 사악한 승패의 전장터로 변했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어느 순간에 자기도 모르게 노골적인 편싸움 선거운동의 대열에 동참하게 된다. 그런 선거는 거대한 민족분열을 초래하여 선거결과는 모두가 상처받는 마이너스 게임으로 끝이 나고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란 말을 비웃듯이 저질스런 승부게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선거가 국민을 기쁘게 하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악의 발원지요,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비효율의 경제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거를 통해서 국민들이 참정의 기쁨을 느끼고 잘된 선거의 결과를 통해서 승자나 패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축제의 선거판을 만들 수는 없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선거판에 도의와 윤리가 살아 있어야 하고 선거판이 온건해야 한다. 남의 약점을 잡고 물고 늘어지는 네가티브 선거를 지양하고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포지티브 한 선거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오히려 선거판에서 중립적인 관찰자가 되었으면 한다. 정치인 자신들의 입신과 명리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네가티브 선거판에 대해서는 국민들은 오히려 냉정한 중립적인 평가자가 되었으면 한다.

  요즘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다 보니 페이스북, 트위터, 카톡, 벤드 또는 유투브 같은 사이버 공간에는 모두가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글들이 넘쳐난다. 정치적 소견을 달리하는 회원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일방적 주장들이 회원들의 마음을 얹짢게 하는 경우가 많다. 분별없는 정치적 소신을 절제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선거 때가 되면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적 신념의 차이로 인간관계에 금이 가는 경우가 많다.

  친구간, 직장인간, 세대간 심지어 가족간에도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과도한 정치의사의 표현 탓이다. 정치적 의사표현은 서로가 조심해야 한다. 서로가 상대방의 인격과 가치관을 배려하여 자신의 정치의사를 지나치게 남에게 드러내는 행위는 금해야 할 것이다.

  선거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꽃이 되기 위해서는 선거판이 조용해야 한다. 후보자들은 네가티브 선거를 막기 위해 서로가 상대편의 약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자신의 장점과 우수한 정책적 비젼으로 승부하는 선거로 '선거의 룰'을  개선하였으면 한다. 민족분열을 조장하는 이념전쟁, 지역주의는 반드시 지양되어야 할 과제이다. 적당한 선에서는 이념적 대립을 완화시키고,  포지티브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정책당국과 선거관리위원회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남북이 분열된 현실과 통일을 민족적 지상과제로서 삼고 있는 현실에서 필요이상의 이념적 대립을 조장하는 행위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과거정권에서 나타난 지역주의는 수십년간 우리정치가 해결해야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만성적 고질병으로 지금까지도 독버섯처럼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현상 중의 하나이다. 지역을 넘어 세계로 나가야할 글로벌정치환겨믈 생각하면, 반드시 이 문제는 고쳐져야 한다. 정치가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에 앞서 국가적 이익을 위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선거구제 개편 역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마땅 할 것이다.

  선거가 생산적이고도 국민행복을 보장하는 포지티브 한 선거가 되기 위해서는 조용하고 지성적인 선거판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에게는 일상에 충실하면서 냉정한 마음으로 민주주의적 선택의 결과를 차분히 지켜보고 결과에 대해서는 깨끗이 승복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사실 민주주의하의 선거는 야단스럽게 떠는다고 표심이 움직여지는 사회가 되어서도 않된다, 유권자 모두가 자신의 위치를 지키면서 오직 자기스스로의 냉정한 판단하에 깨끗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진정한 표값을 지닌 투표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와 선거 당국은 차분간 가운데서 국민의 뜻을 결정하는 조용한 선거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조용하고 포지티브한 선거만이 선거의 경제적 효율성과 행복경제를 실현하는 생산적인 선거가 될 것이다. 선거에 중립적인 마음자세가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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