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은 붉은 닭띠의 해

  • 기사입력 2017.01.01 09:35
  • 최종수정 2017.01.01 09:39
  • 기자명 김종국 객원기자


여명을 여는 새벽 닭 울음소리에
호랑이도 자취를 감춘다는 벽사 의미를 부여

경복궁 근정전 앞 돌 닭
  대망의 2017년은 육십갑자로 34번째인 정유년(丁酉年) 닭띠의 해이다.
  여기서 10간 중 정(丁)은 붉은 색을 의미하고, 12지 중 유(酉)는 곧 닭을 상징하기 때문에 2017년 정유년을 붉은 닭띠 해라 지칭하기도 한다.

  닭은 본래 꿩과에 딸린 새로, 약 3,000~4,000년 전에 인도·말레이시아·미얀마 등지에서 기르기 시작하였다고 전하며, 우리가 농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닭도 대부분 인도·미얀마·말레이시아의 숲에 사는 멧닭을 길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로부터 닭은 우리 민속에서 새벽을 알리는 동물로, 닭의 울음소리는 곧 요사스러운 귀신을 쫓는다는 벽사적(?邪的)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닭이 제때 울지 않거나 초저녁이나 해진 뒤 수탉이 울면 집안에 변고가 있다 점친다 하였다.

  또한, 닭은 지방에 따라 각양의 금기사항도 전래된다. 즉, 호남지역에서는 며느리가 닭 머리를 먹으면 시어머니 눈 밖에 난다고 하며, 경기도지방에서는 여자가 닭의 목이나 발을 먹으면 그릇을 깨고, 임신 중에 산모가 닭고기를 먹으면 태어나는 아기 피부가 닭살처럼 된다는 징크스를 믿고 있다 한다. 하지만 닭과 관련된 길조어도 많다. 

닭 부부의 금실
  이를테면 닭이 감나무에 올라가면 재수 있다하고, 닭이 쌍알을 낳으면 집안이 흥하고, 닭이 항상 나무 밑에 있으면 그 집안에서 벼슬할 사람이 나온다는 낭보(朗報)도 있다. 이밖에 닭에 대한 설화 통로에는 황해도 장연군 소재한 계림사(鷄林寺)의 승려들을 지네의 피해로부터 구한 이야기와 우리 민요에서도 닭을 소재로 한 노래가 적지 않다. 이를테면 “닭아닭아 우지마라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죽는다.”는 <심청가>에 나오는 대목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남아있는 김알지(金斡智)의 난생설화에 의하면, “신라왕이 어느 날 밤에 금성(金城) 서쪽 시림(始林) 숲속에서 닭의 울음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호공(瓠公)을 보내어 알아보니 금빛의 궤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고, 흰 닭이 그 아래에서 울고 있었다는데, 그 궤를 가져와 열어보니 안에 사내아이가 들어 있었다는데, 이 아이가 경주 김씨(慶州金氏)의 시조가 되었다 하고, 그 뒤 그 숲의 이름을 계림(鷄林)이라고 하였으며, 신라의 국호로 쓰이기도 하였다는 역사적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정유년에 행운이 따르는 띠로는 쇠가 금에 녹는 모양이라 하여 불과 인연이 있는 띠, 즉 말띠ㆍ뱀띠ㆍ범띠 이런 것들이 불의 기운을 강렬하게 되살려 주는 띠라 하였고, 개띠, 양띠, 용띠, 소띠도 서로 소통이 원만한 띠로 보고 있다. 여기서 뱀, 닭, 소는 3합이라 하여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는 관계로 평가하며, 민속학에서도 뱀, 소, 닭은 소를 기준으로 하여 소가 먹은 사료를 되새김하지 않고 지쳐 곯아떨어질 때 소의 발등을 감고 잇던 뱀이 발등을 깨물어 정신을 차리게 하고, 소의 뿔 사이에 걸터앉은 수탉은 “꼭, 꼭, 꼭” 노래를 부르며 소의 되새김을 도와줌으로 소가 고창증으로 죽을 수도 있는 위기를 극적으로 면하게 한다는 것으로, 이들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꼭 필요한 존재란 것이다.

  2017년을 여는 새해 아침에 우리의 또 하나의 다짐을 앞의 닭, 소, 뱀의 궁합에서와 같이 서로를 위해 모두가 꼭 필요한 인연으로 대망의 한해를 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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