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엄혜숙

  • 기사입력 2014.07.23 00:21
  • 최종수정 2014.07.23 00:23
  • 기자명 김도경 기자


거미

                 - 엄혜숙 -

끝없이 올라가고 싶었다
올라간들 다를 것 없는 세상 속을
흙 묻히고 살기 보다는 빠질 수 있는 하늘이 좋아
허공에 햇살로 그물막 지어 살았다
관심두지 않은 온갖 소리들이 기어 올라와
바람 흔들어 내 유리방을 슬그머니 헤집고 달아났다
그럴 때면 두고 온 어린 꽃들과
달빛 가득 고여 있던 옹달샘이
발 아래서 고즈넉이 앉아 손짓하여 불렀다
나는 거꾸로 매달려 떠나 온 세상을 말없이 바라본다
뒤집어 바라보는 나무의 새살대는 잎맥은
햇살을 튕겨 연녹으로 해맑게 비쳤고
시끄럽게 다투어 흐르던 강물은
투명한 목소리로 지줄대며 교향악을 연주한다
햇살 꺾기는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이던 세상
오를 줄만 알아 허공에 몸 기대었던 나
햇살 소곤대는 토담 틈에 유리집 하나 지었다
담 너머 지켜보던 라일락 꽃나무
제몸 화르르 풀어 던지며 인사하고 있다
어둡던 골목이 환하다

 

엄혜숙
        프로필

  ▶경북 영주 출생  아호 혜원(彗元)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2003년, 2005년, 2007년 공무원문예대전 수상
  ▶경산문학회원
  ▶시집 『도문』발간
  ▶현재 경산시청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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