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전설의 전승현장과 변이양상 [3편]

“전설은 지역민들의 애환이 현장중심으로 남아 전승되는 삶의 스토리!”

  • 기사입력 2018.01.15 21:04
  • 기자명 김종국 기자

  ➊ 비오제 망부의 한

  (화자의 구연)
  옛날 육동에 가난한 한 부부가 원앙처럼 살았다.
  남편은 전국을 나다니며 소금장수로, 아내는 육동 일대에 베 품팔이로 연명 하였지만 둘은 남부럽지 않게 행복하였다.
  남편은 한번 장삿길에 나서면 보름동안 집을 떠나야 했고, 아내는 홀로 베를 짜며 남편을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이 마을에는 장가를 들지 못한 남편 친구가 날마다 친구가 장사나간 틈을 타 친구의 아내를 괴롭혔다. 하지만, 소금장수 아내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남편만 바라보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 친구가 소금장수가 돌아오는 날 미리 마을 입구 고개에 나가 친구를 살해한 후 고개 아래 계곡에 버린 후  태연히 그의 아내를 찾아가 남편이 바람나 다른 여자와 도망 갔다하고 자신과 살자하니, 그 아내는 이를 믿지 않고 마을 어귀 고개에 나아가 남편을 기다리다 굶어 죽었다 한다. 이후 그의 혼령이 까마귀가 되어 이 고개를 날아다니며 남편을 기다렸다하여 이 고개를 비오재[飛烏峴]라 했다 한다(조부근, 2005년).

  비오재와 망부의 한의 줄거리를 설화적 화소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발단부)
① 옛날 육동에 가난한 한 부부가 원앙처럼 살았다.
    a                       b       c

  (전개부)
② 남편은 전국에 소금장수로, 아내는 마을에서 베 짜는 품팔이로 연명하였다.
     d              e        f                 g
③ 마을에는 남편의 친구인 마음씨 나쁜 노총각이 소금장수 아내를 짝사랑하였다.
              h                      I              j
④ 노총각은 소금장수를  죽이고 청혼을 하였다.
      k          l         m         n  
⑤ 아내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마을 어귀에서 기다리다 굶어 죽었다.
      o                                          p         q
  (결과부)
⑥ 그녀가 죽어 까마귀가 되어 마을 입구 재를 오락가락 한다하여 비오(飛烏)재라 한다.
            r      s                                               t

  위의 19개 화소를 설화적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 배경화소~시간화소 <언제> 옛날, 
             공간화소 <어디서> 비오재
ⓑ 주화소~  인물화소 <누가> 소금장수 남편, 아내, 노총각
             사건화소 <무엇을> 소금장수를 죽이고, 청혼
ⓒ 종속화소~종속화소 <어떻게, 왜> 기다리다 굶어 죽었다. 
ⓓ 증시화소~증시화소 <지금도 있다는 증거> 비오재, 까마귀
         
  위에서 시간화소를 주목하면, 전설이 시작될 때 “a는 옛날”가 선두에 있으며, 본격적으로 전개될 때 “e의 소금장수”가 선두에 있고, 장면이 전환될 때 “i~j의 노총각”으로 시작하며, 이야기가 끝나고 화자가 현실로 돌아와서 증거물을 제시하는 증시가 시작될 때 “p와 q의 기다리다 굶어 죽었다”로 고정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의 “p의 기다리다”는 시간화소의 필수적인 화소이다.
  그런데 “k~n” 화소는 장면전환의 구실은 하되, 그 전설에서만 통용되며 형편에 따라 변함을 또한 주목하게 된다. 그것은 전설의 사정에 따라 변하는 특수한 사건화소이다. 그러므로 ‘비오재와 망부의 한’ 전설에서는 보편시간화소로 “a”를 들 수 있고, 특수화소로는 “p와 q”를 들 수 있다.
이를 화소별 설화적 관점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발단부)
 ① 옛날 육동에 가난한 한 부부가 원앙처럼 살았다.
     (육동지역의 가난한 젊은 부부 모티프)

    (전개부)
 ② 남편은 전국에 소금장수로, 아내는 마을에서 베 짜는 품팔이로 연명하였다.
     (남편과 아내의 생업 모티프)
 ③ 마을에는 남편의 친구인 마음씨 나쁜 노총각이 소금장수 아내를 짝사랑하였다.
     (남편 친구 노총각 아내 짝사랑 삽화)
 ④ 노총각은 소금장수를  죽이고 청혼을 하였다.
     (노총각의 사건화소 →그의 남편을 죽였다를 삽화)    
 ⑤ 아내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마을 어귀에서 기다리다 굶어 죽었다.
     (아내의 사랑과 믿음→죽음도 불사 노총각의 제의 거절 모티프)

   (결과부)
 ⑥ 그녀가 죽어 까마귀가 되어 마을 입구 재를 오락가락 한다하여 비오(飛烏)재라 한다.
     (망부의 한→ 까마귀로 모티프)

  이는 소금장수인 남편과 그 아내간의 애절한 사랑이 마지막 아내를 죽음으로까지 이르게 한 애달픈 열부전설이다. 우리나라의 열부전설은 앞의 희생효 전설과는 달리 아내의 무조건적인 희생이 뒤따르나 여기서는 반드시 보상이라는 존재가 뒤따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 희생효자 → 자신희생→기적발생→부모 완쾌 →효도도 하고 보상도 받았다.
  ⓑ 희생열부 → 자신희생(죽음)→기적발생(죽어서도 남편에 희생→새, 돌로 변함)
 

  이 전설의 변이양상은 다분히 열행을 전제로 한 것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남편을 배신하지 못한다는 여인의 절개가 춘향전의 성춘향의 절개와 비유되며, 여기에 등장하는 변학도와 육동마을 노총각은 곧 여인의 절개를 시험하려는 존재로 등장하는 삽화라 할 수 있다. 이는 곧 ‘육동’이란 산지에 순박한 한 부부를 모티프로, 육동마을이 열행의 고장임을 암시하는 전설로 이를 증빙하기 위하여 여기에 못된 노총각이 등장하게 된다. 즉 ①원앙 같은 부부 ④노총각의 짝사랑[시험대상]이 그의 남편을 죽였다로, ①한 부부→② 남편 소금장수, 아내 베 짜는 품팔이→③베 짜는 친구 아내 짝사랑, ④짝사랑 실현 위해 노총각 소금장수 살해→결과는 도리어 반발(노총각의 시험 실패)로 전개, 그런데 이 네 화소만으로는 열행이 될 수 없으며, 이의 종속화소로 ⑤에서 아내가 마을 입구에서 남편을 기다리다 굶어 죽었다는 화소가 삽입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시험하는 자(노총각)와 시험 결과를 더욱 극대화 할 수 있는 또 다른 이변이 뒤따라야만 한다. 즉 ⑥그녀가 죽은 후 ‘까마귀[환생]가 되었다’로, 죽어서도 남편을 기다리는 망부의 한이 또 다른 종속 화소로 이변의 화소가 다시 삽화 되어야 만 아내의 열행이 희생열부행각으로 평가되는 구실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열부 전설은 “사후 열행”이 반드시 주 화소 다음에 병행 또는 삽화 되어야만 희생열부전설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열녀형태는 대부분 희생열부행각으로 고대 사서에는 도미의 아내, 박재상의 아내, 평강공주 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으나, 민가에서는 전국적으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이는 고려 말까지는 남편이 죽고 수절한 여인은 무조건 열녀로서 국왕이 정표하였으며, 당시만 해도 남편이 죽은 아내들의 재혼은 거의 일반화된 일이었기 때문이라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와서 남편이 죽으면 그 아내는 재혼할 수 없도록 법제화하여 1485년(성종 16)에는《경국대전》에 재가부녀와 서얼의 자손은 벼슬길을 막는다는 조항을 넣고 중종 때는 개가 자체를 범죄시하였기 때문에 사대부가에서 평민에 이르기까지 희생열부 행태가 사실화되어 왔다.
  이와 같은 불평등은 한쪽 배우자가 죽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내가 죽으면 남편은 1년 정도 상복을 입고 곧 재혼할 수 있었으나, 아내는 남편이 죽으면 3년 동안 무덤을 지키고 평생 동안 상복을 입었다는데, 이러한 여성의 수절을 미덕으로 삼는 풍조는 열녀라는 이름으로 희생과 고통을 강요하는 봉건적 발상이 지속되었으나, 17세기 후반부터 반봉건적인 가치관이 대두되면서 여성관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개가를 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생겨났으며, 동학에서는 여성의 수절을 비판하였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갑오개혁 때부터 여성의 개가를 허용하는 조문을 포함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위의 비오재 소금장수 아내의 희생열부 행태 또한 죽은 남편에 대한 막연한 기다림과 끊임없는 노총각의 구애를 뿌리치는 자기희생이 열녀가 되었고, 그 열녀 부부의 애절한 사랑은 스스로 죽음의 결과를 가져왔으며, 죽어서도 열녀의 망부 사랑은 까마귀가 되어 마음대로 날아다니며 망부를 찾아 헤매는 애틋한 사랑으로 화자의 개인적 요인이 개입되어 있다.

▲ 용성면 육동의 관문인 비오재

  하지만 전설의 생성 현장인 비오재는 용성면의 육동(6개 마을)분지에 소재한 첫 마을 가척리․대종리와 경계를 한 마을 입구 해발 350미터에 이르는 S자형 재로써 이 재는 멀리 구룡산에서 발원하여 청도군과 경산을 경계한 살피지역으로 용성면과는 별개의 독자적인 문화권를 형성하고 있는 청도․경산의 완충지구다. 여기에는 반룡산 전설, 한 장군 전설, 암수바위 전설, 세나벌전설, 비오재 전설 등 야지와 달리 색다른 양상의 전설이 전승되고 있다. 지형은 구룡산을 중심으로 좌우로 긴 산맥이 둥근 원을 그리듯 뻗어내려 오다 비오재 입구에서 서로 맞닿고 있다. 전설 현장 부근에는 한 장군 사당 2개소, 남녀사랑바위 2개가 비오재를 감싼 듯 지켜보고 있으나 본래의 전설 생성현장은 가척리의 신구마을이다. 먼저 전설의 발단부는 한 부부의 사랑으로 시작된다.

  ➊옛날 육동마을에 가난한 한 신혼 부부가 살고 있었다. 아내는 마을의 품팔이 베 짜기를 하고, 남편은 반룡사 근처에서 경주로 넘어가는 왕재를 넘어 멀리 동해 바다 근처의 염전에서 소금을 구입하여 육동으로 이르는 비오재를 넘어 지금의 경산, 대구 일대를 나다니며 소금장수를 하였다.” 
  
  ❷아내는 열심히 베를 짜고 남편 역시 사랑스러운 아내를 생각하면서 열심히 장사하였다. 이로서 이들 신혼부부내외가 서로의 일로 헤어져 있는 날이 잦자, 건너 마을에 같이 사는 행실 나쁜 한 노총각이 매일같이 아내가 살고 있는 집을 기웃거리며 이상한 수작을 걸어왔다.”

  가척리의 ‘가재마을’과 ‘비들재 마을’ 사이에 벌어진 전설이다. 이는 비들재와 가재 마을 사이의 분쟁 또는 갈등 관계로, 소금장수 내외와 노총각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전설 속에는 두 남자가 서로 절친한 친구 사이로 전하나 내심은 서로를 경계하고 시기하는 관계로 표현되고 있다.

  ❸노총각은 소금장수 남편과는 죽마고우였으나, 본래 게으르고 행실이 나빠 장가를 들지 못하였다. 그는 친구인 이웃 소금장수가 먼 거리로 장사를 나갔을 때면 괜스레 소금장수 아내를 찾아와 친절을 베푸는 등 수작을 부렸다. 그러나 소금장수의 아내는 변함이 없었다.  
 
  ❹그러던 어느 날 노총각은 소금장수 친구를 미행하여 지금의 비오(飛烏)재 근처에서 강도로 변하여 친구 소금장수를 살해하고 시신을 계곡에 숨겼다. 그 후 노총각은 시치미를 떼고 매일 같이 죽은 친구 아내를 찾아가 ‘친구가 바람나 도망했으니 함께 살자’고 그를 괴롭혔다.”

  급기야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친구를 죽이는 과정까지 연출한 노총각, 이는 곧 양 마을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였음을 설명한다. 그러나 본 설화는 이웃동네 총각의 짝사랑이 그 아내로 하여금 남편을 위해 죽게까지 하는 열녀로 등장시키고 있다. 비록 전설의 현장에는 열녀의 행적은 없다 하지만 그녀가 죽어서 까마귀가 되었다는 것은 분명 남편을 위해 목숨을 바침으로 열녀가 되었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 전설과 결합할 수 있는 ‘남녀 사랑바위’ 이야기는 이들 부부의 애틋한 사랑의 결과로 해석되며, ‘치술렁 신모 전설’에서의 신라의 박재상의 부부사랑에서 그의 아내가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어 죽어서도 남편을 기다리고 그의 혼은 새가 되어 남편을 찾는 설화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가) 남녀사랑바위의 핵심 모티프
     ① 남녀 바위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② 여자바위 주변에 풀을 베니 마을 처녀가 바람이 났다.
       (나) 비오재와 망부의 한의 수절모티프
         ① 노총각 소금장수 살해 후 그 아내를 협박
         ② 소금장수 아내 비오재에서 남편 기다리다 죽어 새가 되었다.

  ❺노총각의 갖은 협박에도 소금장수 아내는 조금도 변함없이 남편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열심히 살림살이에만 전념하였는데, 장사 나간 남편이 달포가 넘도록 돌아오지 않자 그녀는 그만 겁이 나기 시작하였고, 그때 기회다 싶어 이웃 노총각은 계획적으로 그를 찾아가 소금장수 아내를 다짜고짜 겁탈하려 들었다(장애 모티프). 소금장수 아내는 이를 반항하며 비오(飛烏)재로 뛰쳐나가 남편 돌아오기만 기다리다 끝내 굶어 숨을 거두었다.(열녀 모티프)

  ❻이 후 이 재에는 이상하게도 한 마리의 까마귀가 슬피 울며 오르내렸다고 한다.(조화(鳥化) 모티프)”

 이는 비록 현장은 다르지만 비오재에 얽힌 부부 사랑 또한 죽어서 바위가 되어 서로의 사랑을 다짐하고 바위가 되어서도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존재에게 응징하는 사랑의 묘약과 그 아내의 혼이 다시 까마귀가 되었다는 조화(鳥化) 전설은 한 마을 속에 자연부락 간 불행한 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갈등관계로 변이되면서 애달픈 사랑이야기로 전승되어 왔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