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합리적인 소비와 행복경제 이야기

  • 기사입력 2023.12.13 18:39
  • 기자명 대구대학교 명예교수_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인간의 행복은 주관적이면서도 정신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객관적인 조건인 일정수준의 물질의 충족이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일찌기 성자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 1842~1924)이 언급했다시피 보통 사람의 삶에 있어서 물질의 문제는 종교 보다도 더 중요하고 절박한 문제이다. 그 이유는 종교는 믿는 사람에게만 중요하지만, 물질은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생명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의식주를 채우지 않고는 결코 그 누구도 생존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물질의 문제 즉 경제문제는 모든 것에 우선한다. 모든 사람들은 물질을 소비함으로써 살아갈 수가 있고 생명 유지가 가능한 것이다. 

  경제문제 즉, 물질을 소비하는 소비의 문제는 생산의 문제와 함께 인간의 삶을 위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므로 소비의 문제는 곧 경제문제 중 가장 중요한 부문 중의 하나이다. 경제문제의 양날인 생산문제는 결국 소비에 의하여 마무리 되고 소비는 다시 재생산의 유인을 제공한다. 따라서 인간의 삶은 여하히 합리적인 소비를 하느냐의 문제와 늘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비의 문제는 곧 행복 문제와도 직결된다. 행복한 삶은 일상생활을 통해서 건강한 삶을 지속적으로 영위해 나가기 위한 합리적인 소비행위에 의해서 상당부분 결정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리적인 소비란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가? 많은 경제학자들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소비란 사람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재화나 서비스를 사용해 나가는 일종의 경제활동이자 생명유지 행위이다. 소비를 소득수준에 맞게 적절히 해나가면 그것은 곧 福을 만들지만, 그렇지 않고 분수에 맞지 않는 과소비나 비합리적인 소비는 개인생활에 禍를 낳고, 국가경제에도 유익하지 못하다.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제학의 역사는 오래 되었다. 일찌기 '유효수요이론'을 정립한 케인즈(J.M, Keynes 1883~1946)는 경제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요, 즉 유효수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유효수요란 곧 '구매력을 가진 수요'이며 소비와 투자가 큰 변수로 작용한다. 투자는 주로 기업가들이 이윤을 얻기 위해서 행하는 경제행위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소비는 일반사람들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이루어 진다. 경제현상 전체를 볼때 소비는 가장 중요한 경제활동의 과정이다. 

  인간은 소비를 함으로써 욕구실현을 통해 만족감 즉 행복감을 느낀다. 인간이 산다는 것은 대부분의 소비활동과 직결된다. 사람은 먹어야 하고, 입어야 하고 살기 위해서 다양한 일들을 해야하는데 이들은 모두 소비활동과 관련되어 있다. 경제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시장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소비행위는 작게는 소비자 개인의 욕구실현을 통해서 행복을 향수하는 행위이지만, 국가 사회적으로는 기업 또는 나라경제 전체를 건전하게 유지시켜 나감으로써 국가와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게 하는 경제적 순기능을 한다. 

  그렇게 보면 소비는 행복한 개인과 부유한 나라를 만드는 긴요한 묘약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소비는 개인이나 국가에게 무조건  미덕이 되는 것일까?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이른바 과소소비, 과잉소비는 모두 경제적 으로 해악을 초래할 수 있다. 우선 과소소비는지나치게 소비 수요를 감소시킴으로써 기업의 재고를 쌓이게 하고 투자유인을 감소시켜 경제의 정상적인 순환과정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가 있다. 반대로 과잉소비는 과대수요와 과잉생산 또는 부족한 상품에 대하여 과도한 해외수입을 유발해 외화를 낭비하게 한다. 과잉소비와 과소소비는 경제적 ㆍ윤리적으로 양면에서 국민경제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형태의 소비를 해야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인까? 물론 합리적 소비라는 개념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하며, 다소 주관적인 의미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객관적인 입장이라고 할지라도 개인적인 사정이나 거시적ㆍ미시적 관점 또는 단기ㆍ 장기적관점에 따라서도 판단이 다를 수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시각에서 합리적 소비는 본인의 소득수준과 생활양식에 부합하는 적절한 소비를 말한다. 소득수준이 높은데도 지나치게 소비를 않는다면, 그는 소위 스크루지형의 삶을 사는 사람으로 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축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반대로 소득수준이 낮은데도 지나치게 소비를 많이 한다면 그는 가정경제를 파탄나게 하는 과소비형 인물이다.

  경제는 생물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적당하게 생산과 소비의 순환과정을 이루어야 건강한 경제 상태를 유지할 수가 있다. 천재 경제학자 J.M,Keynes 는 1929년 세계대공황은 소비, 즉 유효수요가 부족하여 발생한 경제불균형 상황으로 보고, 소비수요나 투자수요를 늘릴 것을 주장했다. 그는 당시 경제윤리는 소비가 미덕인 사회로 보고 공항타개의 묘책을 묻는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소비의 증가책을 주문했다. 경제불황을 타개하고 나라 경제가 건전하게 운용되기 위해서는 공급과 수요 즉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유지해 나가도록 정부가 경제흐름에 개입하여 유효수요 확대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그리고 그는 일반적으로 자본주의 경제는 소득수준이 올라 갈수록 수요가 부족해진다는 유효수요 부족론을 그는 설파했다. 수요가 부족한 이유는 곧 경제학 전문 용어로는 '한계소비성향'이 1보다 작기 때문이다. 이 말을 풀어서 설명해 보면, 사람들은 소득이 증가할 수록 상대적으로 저축을 많이 하려고 하고 소비를 소득증가율 만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한 달 소득이 200만 원인 사람이 150만원을 소비했을 때, 그 사람의 월 소득이 두 배 올라 400만 원이 되었을 때는 소득의 상승비율과 동일한 300만 원의 소비를 않는다는 것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소득증가에 따라 절대소비는 증가하지만, 소비의 증가비율은 오히려 200만원 또는 250만원 등으로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소득증가분의 상당액을 저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의 경제구조는 소비가 줄어 늘 유효수요 부족증에 시달리어 경기는 침체되고 기업 생산은 축소되고, 이에 따라 고용도 감소하여 실업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저소비는 저생산을 낳고, 저생산은 저고용을 낳아 이른바 경제위축과 대량실업의 1929년과 같은 세계대공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개입하여 유효수요 확대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고전학파 경제학이 지향해 온 자유방림경제론을 간섭주의 경제론으로 갈아치운 이 소비중심 경제이론을  '케인즈 혁명'이라 부른다. 케인이론에 근거하여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다시 안정을 찾고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이후 경제문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아졌다. 소비란 단순한 개개인의 생활유지를 넘어서 국가 경제의 안정과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케하는 중요 요인이다.

  이러한 소비중시 경제학이 곧 현대경제학의 핵심이다. 자본주의 경제구조는 소득이 올라갈수록 소비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기에 정부는 수요를 키우기 위해 투자수요를 늘려야 한다. 현대경제학의 안정정책의 기본개념으로 볼 수 있는 경제균형은 결국 수요와 공급을 균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정부와 국민의 건전한 경제운용 노력에 의하여 좌우된다. 흔히 도덕학자들이나 윤리학자들은 검약을 미덕으로 생각해 왔지만, 경제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적당한 소비가 최고의 경제 미덕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소비는 개인을 행복하게 하며, 나라경제를 건강하게 한다. 경제에는 지나친 소비,  지나친 저축도 모두 국가경제를 해치는 악덕이다. 경기가 침체될수록 부자들은 소비를 늘려야 한다. 따라서 소비가 미덕이라는 케인지안의 생각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묘책일 뿐 아니라 경제학의 만고의 진리이다. 다양한 인간의 욕구를 적정선에서 실현시키는 합리적 소비는 인간의 행복을 실현시키는 가장 영향력있는 경제행위이며, 만인의 행복경제 실현을 위한 최고의 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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