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맞이하여

  • 기사입력 2024.02.07 17:27
  • 기자명 송하_전명수
송하 전명수
송하 전명수

  2023년 계묘년을 보내고 갑진년 새해를 맞이한 지도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음력으로는 아직 계묘년 섣달인데 며칠 지나면 설날을 맞이하게 된다. 설날은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 즉 한해의 첫날을 이르는 말이다. 다른 말로는 원단, 연수 또는 세수라고도 하며, 보통 설이라고 한다. 또 설은 한자로 신일(愼日)이라 하는데 이는 ‘근신하여 경거망동을 삼간다.’라는 뜻이다. 묵은 1년은 지나가고 설날을 기점으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데 1년의 운수는 그 첫날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설은 추석과 함께 우리 민족의 고유 전통 명절이다. 가족들이 모여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에게 세배를 올리며,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으며 선현의 묘지를 찾아 성묘를 한다. 지금은 설날과 그 전일, 다음날 3일간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해 놓았다. 설날은 대보름과 함께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생활관습으로 향유, 전승되어 온 명절로 2023년 국가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설은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지속하여 왔으며,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가치를 대표해 온 전통 생활관습이라 하겠다. 설날은 한 해의 시작을 기념하는 인류 보편적 신년맞이 명절이다. 설은 15세기 중세국어(고려 초기인 10c부터 임진왜란 이전인 16c 사이의 국어)에서 ‘새해의 첫날, 새해의 처음’이라는 의미 외에 나이를 세는 단위로 쓰였다. 우리의 설은 삼국시대부터 그 기록이 확인되는데 삼국사기, 삼국유사에서 국가적 세시 의례였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의 설은 고려사 예지에 관리 휴가 규정, 형벌을 금하는 날이었던 9대 속절에 포함되어 있고 차례, 세배, 떡국을 먹는 풍속이 확인되고 있다. 조선시대의 설은 중종 13년(1518년) 단오, 추석과 함께 3대 명절로 꼽았고, 조선 후기에 간행된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한식, 단오, 추석과 더불어 4대 명절이었다. 1896년부터 태양력이 도입되었고 전통 명절인 설은 음력설[舊正]로 불리고, 1월 1일은 양력설 신정(新正)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1985년부터 설날을 민속의 날이라 하였고 공휴일로 지정하여 전통문화를 존중하는 쪽으로 선회하였으며 1989년 설날의 이름을 되찾게 되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음력 절기의 오랜 전통과 설부터 대보름에 이어지는 세시 전통이 견고하여 현재까지 잘 유지해오고 있다.  설날의 세시풍속은 매우 다양하다. 설날이 다가오면 섣달그믐날 자정이 지나자마자 복조리장사들이 복조리를 한 짐 메고 골목을 다니면서 복조리를 사라고 외친다. 각 가정에서는 1년 동안 사용할 복조리를 사는데, 일찍 살수록 좋으며 집 안에 걸어두면 복이 담긴다고 믿었다. 새벽에는 거리에 나가 처음 듣는 소리로 한 해 운수를 점치는 청참(聽讖)을 행하기도 하였다. 설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고 미리 마련해둔 새 옷으로 갈아입는데 이 새 옷을 설빔이라 한다. 아침에는 가족과 친척들이 모여 차례를 지낸다. 차례가 끝나면 어른들께 순서를 따져 세배를 올린다. 떡국으로 마련한 세찬을 먹고 어른들은 세주를 마신다. 세찬이 끝난 후에는 차례상에서 물린 갖가지 명절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음복을 한다. 아이들에게는 세뱃돈을 주며 덕담을 나누고 한 해 동안의 건강과 운수대통을 축원해준다.

  이웃과 친인척의 윗분을 찾아 세배하는 일도 중요한 풍습이다. 정초에 어른이나 친구를 만나게 되면 말로써 새해 인사를 주고받는데 이를 덕담이라 한다. “과세 안녕하셨습니까?” 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하는 식으로 설날 인사를 한다. 이날을 전후하여 윷놀이나 종정도놀이, 널뛰기, 제기차기, 얼음지치기 등의 민속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정초에는 여러 가지 제액을 물리치는 속신(俗信)이 있는데, 삼재(三災)를 물리치는 부적이나 문에 걸어두는 세화(歲畵), 귀신이 신을 신고 가면 불길하다고 신발을 감추는 야광귀(夜光鬼) 쫓기, 각 간지(干支)마다 금기할 사항과 해야 할 일을 정해두는 속신이 있었다.

  설날을 맞이하여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동안 감사했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다시 시작하는 한 해를 잘 보내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설날맞이 선물로는 참으로 다양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주고받는 설맞이 선물로는 한과 세트, 한우 등 고기 세트, 사과와 배 등 다양한 과일 세트, 굴비나 돔, 전복 같은 수산물, 와인이나 전통주, 견과류 등이 있으며 요즈음은 건강보조식품, 커피나 차 세트, 생활용품 그리고 백화점 상품권을 선호하고 있으며 부모님이나 가까운 친인척 어른들에게는 용돈을 드리면 좋아할 것이다. 설날 선물은 가격이 비싸다고 좋은 선물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에 부담을 느끼지 아니할 정도로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 그리고 순수하고 진정한 마음으로 주고받는 선물이 가장 좋은 선물이라 하겠다. 

  우리 민족 고유의 최대 명절인 설을 맞이하여 지인들과는 상호 간에 덕담과 인사말을 전한다. 설날 인사말은 상대방의 건강을 기원하고 원하는 일이 모두 잘 되기를 바란다는 긍정적인 내용을 담는다. 또한 지난 한 해 동안 힘들었던 일들이 모두 잘 해결되길 바란다는 내용도 좋다. 설날 인사말은 상대에 따라 내용이나 형식, 호칭을 적절하게 선택하도록 하며 예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설날 인사말은 엽서나 카드, 메일 또는 문자로 보내므로 그에 따라 길이를 적절하게 조절하도록 하며 어려운 말이나 상투적인 말을 피하고 상대방의 처지에 따라 알맞은 내용으로 진심을 담아 작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설날 인사말은 특정한 시기에 전하는 인사말이므로 시기에 맞춰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 

  청룡의 가운이 가득한 갑진년(甲辰年) 설날을 맞이하여 온 국민이 한 해 동안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안정과 국가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필자만의 소망이 아닐 것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덕담과 상대방의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축원하며 따뜻한 설날 인사를 나누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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