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구슬땀
황량하고 휑한 들판
검정고무신 발자국 도장 찍을 때
갓난아기 아장아장 걸어 나온다.
아지랑이 살금살금
아가 볼 간질이며
논두렁엔 잡초가 춤을 추는데
무논엔 모내기로 산실을 꾸민다.
구슬땀 한 말
햇볕 한 말
누렇게 영글은 황금벌판 채우니
가을 하늘은
더 높고 찐한 띠를 두른다.
벼 이삭 마디마디 물 마른 인고로
바람에 와쏴쏴 울음을 터트린다.
큰손 한 번 지나가면
홀쪽했던 포댓자루
입 벌리고 배를 채운다.
콤바인 기계 소리 할퀴고 떠난 자리
아버지 곳간 만삭된 후에야
아버지 이마에 구슬땀 닦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