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자본주의와 행복경제 이야기 

  • 기사입력 2023.08.30 16:25
  • 기자명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어느 시대나 인류는 어떻게 사는 것이 보다 인생을 효율적이고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인가를 고심하면서 살아왔다. 그러한 고심은 곧 좋은 제도를 선택해서 사는 것이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였다. 좋은 이념은 좋은 제도를 선택하는 근원이 된다. 지금까지 인류가 선택해 온 사회제도는 모두가 그러한 인류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결과물이다. 원시공산제도나 중세봉건제도, 사회주의제도, 자본주의제도 등은 모두 인류가 나름대로의 그 시대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을 선택하고 고민하는 가운데서 이루어진 제도들의 하나이다. 그 중에서도 현대 지구촌 각국들이 비교적 많이 선택하고 있는 자본주의 제도는 지금까지 인류를 절대빈곤으로부터 벗어나게 한 비교우위의 제도라고 평가를 받는다. 

  지금 지구촌에 존재하는 많은 나라들 가운데 자본주의제도를 선택해서 이를 발전시켜 온 나라들은 대부분 풍요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를 선택한 많은 나라들은 부가 주는 혜택을 누리며 상대적으로 행복한 나라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지구상의 최고의 행복국가라고 일컬어지는 북구의 복지국가들도 기본적으로는 시장자본주의 질서를 존중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라들이다. 공산주의를 창시한 칼 마르크스도 자본주의제도가 가져오는 왕성한 생산력은 성장의 요인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자본주의는 지구촌의 빈곤을 추방시킨 가장 효율적인 제도로 인정받고 있다. 시장메카니즘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합리적 사용은 부를 증가시키며 풍요를 가져와 삶을 행복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물질적 풍요가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필요조건임은 현실적인 삶을 통해서 확인되어 온 사실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이든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물질적인 필요가 어느 정도는 충족되어야 한다. 자유로운 노동의사에 의하여 생산 활동을 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산물인 재화나 용역의 사용을 통해서 인간은 행복을 향수하게 된다. 한때 행복국가로 인정받았던 아시아의 고산국가 부탄은 현실적인 행복지수평가로는 행복국가로 인정받기가 곤란하다. 그것은 인간의 행복기준에 물질적 풍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참된 행복은 물질적 욕구와 정신적 욕구가 조화되는 가운데서 실현된다. 현대인의 행복은 이제 과거형 정신적 가치에만 의존한다고는 보기가 어렵다.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 그리고 삶을 풍요하게 만드는 문화적 가치가 조화되는 가운데서 인간의 행복은 온전하게 향수될 수 있는 것이다. 경제적 풍요에 대한 욕구는 생존을 위한 기본 욕구이지만, 이는 정신적 욕구나 문화적 욕구를 높여 주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풍요한 돈으로 사회의 어려움을 해결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신적, 도의적 가치의 실현으로 이어져 행복감을 증가시킬 수가 있다. 소득의 증가는 문화적 욕구 실현을 증가시켜 행복의 파이를 증가시킨다. 자본주의가 발달해 갈수록 과거의 安貧樂道형 사고는 행복실현의 합당한 수단이라는 생각에서 멀어져 가는 추세이다.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돈이나 부는 행복문제에 긴요한 부분으로 인정되어 왔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복의 조건으로 제시한 부(富)는 五福의 두 번째 조건에 들어갔다. 자본주의제도는 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비교적 효율적이고도 자유롭게 보장해 주는 제도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제도 하에서는 누구나 법이 정하는 범위내에서 부를 형성하기 위한 자유로운 경제행위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자본주의하에서는 능력 있고 부지런한 자는 누구나 자유롭게 행복의 요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학을 만든 아담 스미스는 경제는 자유의 의지에 의하여 발전한다고 보았다. 서로가 자기의 유익을 위해서 자유롭게 경쟁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번 돈을 자기 재산으로 만들어 소유할 수 있을 때 사람은 열심히 일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그것으로 개인과 국가의 부가 형성되고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는 개인과 국가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편의 시설은 물론 인간이 편하게 이용하고 삶에 유익한 도움을 주는 모든 재원들은 경제 원리를 준수할 때  잘 만들어 진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사회적 욕구나 정신적 욕구도 잘 실현된다. 따라서 경제는 삶의 물질적 부분과 정신적 부분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절대적인 요소이다. 경제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어야 인간은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낀다. 경제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곳에서는 모든 기본적인 필요와 욕구를 잘 충족시킬 수가 없다. 그래서 어느 사회에서나 경제는 행복의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성장주의나 물량주의가 모두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총량적인 물질적 풍요가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이미 많은 경제학자들에 의해서 지적되어 왔다. 일찌기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 사뮤엘슨(Paul. Samuelson)과 그의 추종자들은 GNP를 가리켜 국민총공해(Gross National Pollution)라고 혹평했으며, 많은 경제학자들은 경제적 복지( Economic Welfare), 행복지수 (HI), 사회지표(Social Indicators),  QL(삶의 질)등 행복수준이나 사회발전지수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것은 단순한 물량주의 경제학이 인류의 행복에 마이너스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지적한 분석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제도는 지금까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 비교우위의 제도이지만, 그러나 결코 흠결 없는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그래서 맹목적인 이데올로기적 편싸움이나 특정한 정치제도를 고수하기 위한 정치싸움은 오히려 인류발전을 위한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가 있다. 지금 인류가 선택하고 있는 자본주의 제도나 사회주의제도는 결코 완벽한 제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수정되고 보완되어야 할 제도이다. 

  물량이 인간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배금주의 또는 물질 만능주의적 자본주의 가치는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바람직한 자본주의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물질을 통해 인간의 가치를 높이고, 인간존엄성을 고양시키는 제도로 변화되어야 한다. 인간을 물질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자본주의는 천민자본주의 이며, 이는 도덕적 자본주의 구축을 통해 개선되어야 한다.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돈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지만, 결코 돈에 지배당하는 황금만능주의는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현대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많은 부분에서 개선되어야 한다. 일찌기 천재 경제학자 J.M. Keynes는 수정자본주의를 얘기했지만, 분명히 현대자본주의는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수정ㆍ보완되어야 한다. 시장과 정부가 정의롭고 도덕적인 경제 질서가 실현될 수 있도록  진실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간이든 국내이든 경제문제 해결에 일정한 모럴이 존재해야 한다. 엄정한 도덕의 룰이 공평하게 운영되는 합리적인 경제운영이 현재의 선 ㆍ후진국은 물론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이루어지도록 각국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근래에 이르러는 공산주의 국가들에게도 자본주의 시장경제 이념은 상당부분 원용되고 있다. 따라서 보다 발전된 자본주의제도의 운영을 통해서 지구촌의 행복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노력이 특히 선진국들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행복한 지구촌을 위해서 행복과 경제의 개념이 적절하게 조화되는 이상을 실현을 위한 범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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