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가을과 행복경제 이야기 

  • 기사입력 2023.09.19 10:03
  • 기자명 대구대학교 명예교수_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하얀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를 지나도 여름의 열기가 쉽게 가시지 않고 있지만, 가을의 빛깔은 완연하다. 조석으로 청명한 하늘 빛이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가을은 우리의 삶에 많은 의미를 주는 계절이다. 특히 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의 가을은 인생의 행복과 삶의 질 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계절이다. 가을은 삶을 생각하는 사색과 깨달음을 주고, 자연의 아름다운 변화를 통해 세상에 고마움을 알게 하는 계절이다. 옛부터 풍성한 가을은 넉넉한 가정을 만들어, 삶을 복되게 하는 근원이 되었다. 가을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삶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 행복을 창조하는 좋은 계절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가을이 갖고 있는 특징들을 요약해서 행복경제와 관련된 얘기를 해보자.

  첫째,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자 독서의 계절이다. 서늘한 기온에 밤의 길이가 길어지고 단풍이 들며, 긴 밤 풀벌레 울음소리가 상념을 일깨우는 계절이다. 가을은 봄, 여름을 통해서 키운 곡식들이 익어가고, 이슬 내린 들길가에는 들국화 코스모스가 청초로운 계절이다. 가을은 청춘들이 삶과 죽음을 비롯한 인생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하여 스스로 물음을 던지게 하고 답을 찾아 헤매는 계절이다. 그러한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서 사람들을 거침없이 책을 찾는다. 가을은 책읽기가 좋은 황금독서의 계절이다. 선선한 공기와 긴 밤은 독서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독서는 동서고금의 선현들을 만나 대화를 하며 스스로의 심령을 가꾸는 길이다. 독서는 시인 푸루스트의 갈파처럼 천재의 작품속에서 잃어버렸던 자아를 찾는 인간 최고의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가을의 독서는 계절의 힘이 가세하여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결실을 얻는기쁨의 길이다. 독서는 삶의 환경에 많은 변화를 주는 배움의 스승이다. 인류의 위대한 족적을 남긴 사람들은 대부분 책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고 배웠다. 그들은 책으로부터 얻은 힘을 바르게 실천함으로써 세상의 빛이 되었다. 가을은 선선한 날씨와 청명한 하늘이 지적 갈등에 허기진 사람들에게 양식을 채우게 하는 계절이다. 구도자는 인생의 문제를 알고 싶어지게 할때 책을 찾고 그 속에서 생의 목표와 방향을 바로 세우게 된다. 고뇌하는 자들은 사색의 의문을 책을 통해서 풀고, 고단한 삶의 위안을 책에서 찾으며 지혜를 얻는다. 책은 인생을 풍요하고도 바르게 인도하는 최선의 수단이요 길이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고 했듯이 책은 모든 사람들이 가까이 해야 할 필수도구이다. 그래서 가을날 책을 찾고 읽는 행위야말로 가장 가치있는 행복경제 행위이기도 하다.

  들째, 가을은 풍요와 결실의 계절이다. 옛부터 가을 들판에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들은 풍요의 대명사였다. 그래서 농부가 결실한 곡식들을 추수하는 행위는 그 자체가  풍요이자 행복이었다. 계절적으로 민족의 2대 명절인 추석 역시 가을에 자리하고 있다. 조상들의 진솔한 행복의 표현이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한 한가위가 바로 가을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서 풍요란 정신적 물질적 만족감으로 삶이 넉넉해지고 즐거워지는 것을 말한다. 넉넉함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고도 즐겁게 만든다. 마음의 평안과 즐거움은 곧 행복한 삶을 만든다. 가을이 주는 풍요한 삶의 결실은 가정을 복스럽고 행복하게 하는 근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을은 축복의 계절이다.

  셋째, 가을은 문학과 예술의 계절이다. 가을은 모든 사람들을 시인과 예술가로 만든다는 얘기가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상쾌한 가을 기운은 삶을 찬미하고, 세상에 감사를 느끼게 한다. 문학과 예술은 곧 인생의 진실과 아름다움을 체득하는 가운데서 나오는 과실이다. 가을은 많은 문인들과 예술가들의 작품의 대상이 되곤 했다. “별을 헤이는 밤”이란 아름다운 시를 쓴 윤동주 시인이나 “가을 날”을 통해서 자연의 위대함과 경건한 삶을 노래한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 많은 시인이나 예술가들은 그들의 작품을 통해 가을을 찬미했었다. 가을에는 많은 문화 예술행사가 줄을 잇는다. 각종 문화 예술단체들은 가을을 맞아 예술행사나 전시회, 백일장 등을 통해서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표현한다. 문학과 예술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작품으로 표현한 고급문화이다. 가을의 문화예술행사에는 가능한한 많은 참여를 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들어 내는 작품을 통해서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문화와 예술을 향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넷째, 가을은 단풍과 여행의 계절이다. 가을이되면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한다. 우리나라는 삼천리 금수강산 가을 단풍이 세계적으로도 가장 아름다운 나라이다. 한국의 가을은 곳곳에 명성을 지닌 수많은 경승지를 갖고 있다. 모두가 지구촌 최고의 예술품이다. 제주의 한라산 경관과 수많은 해안 풍치, 설악의 공룡능선과 천불동계곡 등은 이미 세계최고의 한국의 가을 예술품이다. 아마 그 어떤 작가나 예술가들의 작품보다도 한국의 가을은 더 아름답고 찬란하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탁월한 자연을 가진 한국의 가을여행은 삶의 축복이자 행운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가을을 즐길 줄 아는 ,지혜와 여유를 가져야 한다. 오색이 찬란한 산야를 보면 누구나 찬탄하는 긍정의 감동이 생긴다. 감동은 인생의 생명력을 키우는 에너지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저렴한 경비로 즐길수 있는 여행은 효율적인 소비자 잉여의 창출이며, 행복경제의 실천이다.

  다섯째, 가을은 위락과 소비의 계절이다. 가을은 인생을 위락하는 계절이다. 그러나 풍요의 가을을 즐기기 위해서는 소정의 돈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욕망을 실현하는 수단이다. 좋은 계절을 즐기기 위해서는 당연히 일정 수준의 돈이 필요하다. 사실 돈은 쓰기 위하여 버는 것이다. 소비가 미덕이듯이 적당한 돈의 지출은 역시 미덕이다. 지난 3여년간 지구촌은 코로나19의 충격으로 많은 기쁨과 감사를 상실한 채 음울한 생활을 해왔다. 이제 그 시련의 함정에서 뛰어 나와 치유받을 때가 되었다. 아름다운 우리의 가을을 맘껏 즐기는 기회를 갖자. 삶의 행복을 위해 가을여행에 지출하는 합리적인 소비를 두려워 하지 말자. 건전한 소비로 세상을 살리고 자신의 삶도 살리자. 삼천리 금수강산의 가을을 찾는 여행은 삶의 구원이자 축복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은 슬기로운 자들이 택하는 행복경제의 실천이다.

  그렇다, 가을은 지구상의 생명들의 삶을 복스럽게 하는 구원의 계절이다. 우리는 가을이 주는 풍성함이 있어 자자손손 대를 잇는 삶을 영위해 나갈 수가 있고, 행복을 향수하는 삶을 영위해 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 가을은 인생을 충실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적당한 소비는 미덕이다. 평소에 주어진 일에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적당하게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년 중 가장 실감있게 인생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좋은 계절 가을에는 삶을 진실되게 되돌아 보는 부지런함을 갖자. 그리하여 서로가 코로나19의 고통으로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여유와 아량을 갖자. 인생을 보람있게 살기 위해 합당한 지출을 할 줄 아는 사람은 행복을 관리할 줄 아는 지혜로운 자이다. 모두가 귀한 삶을 살아가는 더불어 사는 세상, 서로가 상대방의 삶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의 귀한 돈을 기쁘게 지출하여 세상을 이롭게 하자. 낭비하는 삶은 악덕이지만, 적당한 때의 적절한 소비는 미덕이다. 가을을 즐기기 위하여 적당한 소비를 하는 것은 자신과 세상을 모두 복되게 하는 미덕의 행복경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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