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추석명절과 행복경제 이야기

  • 기사입력 2023.10.09 15:50
  • 기자명 대구대학교 명예교수_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올해는 9월이 끝나는 말미에 추석명절 연휴가 시작되었다. 명절이 가지는 행복의 경제적 의미는 무엇이며, 명절을 보내기 위해 지출하는 소비와 금전의 지출은 경제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일은 우리의 삶을 보다 활력있게 하고, 행복의 파이를 키우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한가위는 농업사회를 살아오던 우리 선조들이 정성스레 가꾼 햇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조상들에게 감사를 드리는 추수감사제의 성격을 띤대명절이다. 한가위는 嘉俳(가배)라는 신라시대의 이두식 표현인 한 가운데 날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가위를 보통 추석으로 일컬으며, 설과 함께 우리나라의 2대 명절로 생각하며 온 가족이 모여 명절의 기쁨을 함께 한다.

  그래서 우리민족은 명절에는 삶의 현장에서 하던 일상을 멈추고, 가족들이 모두 부모님 이나 중심가정에 모여, 함께 안부를 나누고, 즐기는 기쁜 날이다. 명절은 피를 나눈 가족과 형제들이 사람다움을 새기는 날이기도 하다.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자신의 존재의 뿌리를 알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은혜입고 도움을 받은 사람들에 대하여 감사와 고마움에 보답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한다.

  옛부터“孝는 百行之本”이라고 했다. 조상과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은 백가지 행동의 근본이라는 뜻이다.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모든 행동의 기본 됨을 말한다. 명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부모와 조상의 은혜를 기억하고 보답하는 날이다. 농업사회에서 추석은 특별히 온 가족이 한 해의 풍년에 감사하며, 축복과 은혜를 하늘과 조상님들께 감사를 드리는 날이다. 조상을 생각하고, 부모에게 감사하고,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면서 사는 마음의 자세는 모든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의 본연이자 의무이다. 그래서 우리민족은  대명절인 설과 추석에는 아직도 3천만 명이 넘는 민족의 대이동을 한다. 대대로 조상을 존숭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그해 지은 햇곡식으로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어 차례를 올린다. 

  또한 조상들의 음덕을 기리고, 묘소를 찾으며 참배도 한다. 이러한 행사를 하는 추석은 민족의 자연스런 도덕재무장이며, 정서의 대훈련장이기도 하다. 또한 사람다움을 표현하고 배우는 의식의 교육장이기도 하다. 추석을 맞는 사람들의 마음은 넉넉하고 푸근하다. 추석은 풍요한 추수를 하게  해준 하늘님과 조상, 그리고 함께하는 가족과 이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새기는 행복의 향연일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서로의 살을 확인하며, 위로하고 힘과 용기를 주는 따뜻한 자리이며, 사람다움을 느끼는 자리다. 함께 좋은 음식을 만들고, 명절 준비를 같이 하며, 서로 간의 존재에 감사하며, 협력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주고 받는 행복의 향연일이 추석이 갖는 의미이다. 

  좋은 마음으로 좋은 일을 위해서 귀한 돈을 쓴다는 것은 축복이다. 사람은 왜 애써 돈을 버는가? 소중한 일에 돈을 쓰기 위함이다. 일찌기 천재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즈는 사람들은 왜 돈을 가지려고 하는지에 대하여, 거래적 동기, 예비적 동기, 투기적 동기를 제시한 바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를 위해 돈을 가질려고도  하지만, 우선은 무엇보다도 쓸 돈 즉, 거래적, 예비적 동기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돈을 벌려고 한다.

  돈을 쓰는 일은 필요를 실현하는 일이니 기쁜 일이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위해서 돈을 쓰는 행위는 돈 보다 그 일 또는 재화가 주는 만족감, 즉 행복이 크기 때문이다. 명절에 쓰는 돈은 사람다움을 이루기 위한 값진 경제행위이며 행복경제의 실천이다. 추석에는 귀한 돈으로 명절행사에 필요한 물건을 사고,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을 돈이나 물건으로 주고 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표현한다.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국 돈은 쓰기 위해 버는 것이다. 돈은 정당한 방법으로 잘 벌어야 하고, 또한 필요한 곳에 잘 써야 한다. 돈의 철학을 잘 익히는 것은 행복경제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잘 번 돈과 잘 쓰여진 돈은 세상을 밝게 하는 묘약이다. 명절을 값지게 보내기 위해 적절히 쓰여진 명절 지출은 사람다움을 만들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 직장에서 돈을 벌며 사회생활을 하는 자식들은 부모님을 생각하며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맞는 적당한 소정의 명절축하비를 드려야 한다. 

  그리고 조부모나 어른들은 귀한 손주나 자식들을 위해 그들이 좋아하는 용돈을 주는 것도 비할데 없는 기쁨이며 미덕이다. 聖人도 시속을 따른다는 말처럼 현대는 시장자본주의 사회이다. 돈의 역할과 의미를 잘 알고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이다. 명절을 복되게 보내기 위해서는 적당한 돈을 가족간에 주고 받는 일은 아름답고 귀한 일이며, 행복을 실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적당한 돈을 지출하는 명절지출은 명절의 행복경제학이다. 

  돈은 무절제한 낭비도 금물이지만, 또한 지나치게 인색한 것도 반행복이며, 비능률의 경제학이다. 이제 코로나 19도 끝났으니 이번 추석은 지나간 세월을 보상하는 명절이 되도록 해야겠다. 한가위는 '팔월의 가운데' 또는 '가을의 가운데'를 의미한다. 한가위에서  "한"은  크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음력으로는 가을을 상징하는 달은 7,8,9월이다. 이 석달 가운데 8월은 중간이고 15일은 그것의 중앙에 위치한다. 그래서 음력 8월 15일은 가을의 한 가운데임을 의미한다. 

  하늘이 높고 푸르며,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한가위는 분명 하늘이 내린 축복의  날이다. 축복의 날에는 축복을 받은 만큼의 경제적 활동이 있어야 한다. 백과와 오곡이 익는 가장 좋은 계절의 한가위는 하늘의 뜻이 서린 풍요의 계절 가을에 있음도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농업사회에서 한 해를 풍년으로 짓는 일보다 더 농심을 즐겁게 하는 일은 없다. 그래서 추석의 의미는 풍요이자  충실이며, 감사이자 기쁨이다. 현대적 의미에서 추석을 새기더라도 추석은 풍요를 통해 서로에게행복을 새기는 행복경제의 날이다.

  물질이 모든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풍요하다는 것은 그 만큼  행복실현의 가능성을 높인다. 옛부터 쌀독에서 人心난다고 했다. 적절한 돈의 사용과 나눔은 서로에게 행복을 나누는 행위이다. 기쁨을 함께 하면 배가 되고 슬프을 함께하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다. 추석 명절은 돈보다 몇 갑절 귀한 가족을 위하여 멋진 행복경제를 실천하는 날이다. 모두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추석명절의 의미를 새기며 행복한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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