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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4 08:03
송홧가루가 휘날리는 늦봄이었다. 눈이 왕방울만 한 남자가 일터로 들어왔다. 몸보다 눈이 먼저 들어오는 것 같았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투박한 사투리를 쓰는 그에게 친근감이 느껴졌다. 어떻게 왔냐고 묻자 나무를 옮겨 심으려고 하는데 밑둥치에 넣어 줄 퇴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떤 농가에 소나무를 심기 위해 가던 중 사무실에 들렀다고 했다. 그는 나무 가꾸는 것을 좋아해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직업까지 바꾸었다고 한다. 문경에서 태어나 상주에서 공업고등학교 전기과를 졸업했다. 십 년 동안 전기 공사를 하는 회사에 다녔다. 어느 정도 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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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4 08:01
노인들의 청춘3. (나 여기에 왔노라) 사계절 마음의 온도를 측정하며 덜 익은 인생을 익히 고저 나 여기에 왔노라. 계절은 갖가지 색깔로 바뀌어 가는데 늙은 청춘을 다듬으며 석양에 걸린 산마루에 쉬었다 가세.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 하면 동행하는 행복이 여기에 있다네. 인생은 함께하는 여행 새로운 오늘 하루하루를 꽃피는 웃음 속에 기쁨과 행복을 가슴에 가득 담아 즐거움을 만들어 살아가자꾸나. 항상 밝은 마음으로 건강을 챙기며 참여를 실천하여 알뜰한 배움으로 지혜를 모아 나눔을 생활화하며 아름다운 나날을 펼쳐 보자. 소통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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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18:36
소망의 봄 wish ful of spring 그늘진 언 땅에서 미래와 다툼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그들은 太陽을 향해 끝없이 달리고 싶다. 지금 청년들은 세계적 불황(不況)으로 가지 끝에 매달려 겨울나는 번데기처럼··· 부화할 봄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청년에게 미래 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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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7 17:47
아버지의 구슬땀 황량하고 휑한 들판 검정고무신 발자국 도장 찍을 때 갓난아기 아장아장 걸어 나온다. 아지랑이 살금살금 아가 볼 간질이며 논두렁엔 잡초가 춤을 추는데 무논엔 모내기로 산실을 꾸민다. 구슬땀 한 말 햇볕 한 말 누렇게 영글은 황금벌판 채우니 가을 하늘은 더 높고 찐한 띠를 두른다. 벼 이삭 마디마디 물 마른 인고로 바람에 와쏴쏴 울음을 터트린다. 큰손 한 번 지나가면 홀쪽했던 포댓자루 입 벌리고 배를 채운다. 콤바인 기계 소리 할퀴고 떠난 자리 아버지 곳간 만삭된 후에야 아버지 이마에 구슬땀 닦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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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7 17:39
한 해가 시작되는 첫날, 이십 년 지기 부부들과 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들과는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알게 된 사이다. 한두 살 차이가 나지만 따지지 않고 친구로 지내는 사이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적금을 붓고 알뜰히 모아서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 부모한테 물려받은 재산이 한 푼도 없다는 게 공통분모였다. 다섯 가족은 오래전부터 여름엔 바다를, 겨울엔 눈꽃 산행을 떠나곤 했다. 콘도 하나에 스무 명 넘는 식구가 한 지붕 아래서 밤을 지새웠다. 아이들은 저희들대로 즐거웠고 어른들은 아이들 보는 재미에 행복했었다. 그런 아이들이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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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5 10:45
“세월을 이기는 장사 없다”라는 말이 있다. 손때가 묻은 정든 집을 떠나 요양시설을 찾는 노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등급을 받은 이용자라도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간병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것이 내가 건강해야 하는 이유다. 부모 중 한 분이라도 건강을 잃으면 자식에게 부담이 된다. 부모의 병원비와 유산 문제로 형제간의 우애가 무너진 사연을 종종 듣는다. ‘긴병에 효자 없다’라는 말이 갈수록 실감 나게 한다. 뇌혈관, 심혈관 이상 진단을 받은 후 하던 일을 내려놓았다. 자유의 몸이 되니 동기간과 지인들과 가까워지고 애경사도 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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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3 18:37
장갑을 잃어버렸다. 겨울이면 애지중지 손에 붙이고 다니던 장갑이다. 손가락 마디마디, 불어 닥친 칼바람도 막아 주고 흰 눈이 펑펑 오던 날 눈을 맞아도 따뜻하게 감싸주던 것이다. 갈색 앙고라 손가락장갑은 색깔도 튀지 않고 무난했다. 붙임성 좋은 사람처럼 장갑은 내가 가는 곳 어디든지 나의 손과 함께 동행 했었다. 겨울이 깊어갈 때 추위를 피하기 위해 동남아 쪽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농사를 짓는 나는 여름에는 옴짝달싹도 하지 못한 채 일을 해야 하지만 농한기인 한겨울은 내 손도 휴식의 시간이다. 여름 내내 거칠었던 손은 겨울이면 하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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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3 18:13
정치풍자(政治諷刺)political satire어설픈 경력으로정치에 뛰어드는 것은대단히 위험하고 무모한 것이다.정치는당면된 현실을 잘,파악 해야 하고...기회와 재력과인맥은 물론운도 따라야 한다.선택은 자유지만비가 올 때마다무지개 뜬다고 착각하지 마라.그래서 정치는잘못 덤벙대다낭패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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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6 16:46
사람은 누구나표현의 자유가 있지만,남을 함부로예단(豫斷)해사 평가하고,실체없는 사실을 왜곡하여유포하는 행위는,등 뒤에서습격하는강도 같은 짓이다.남의 불행을바라는 사람들이돌을 던져도.平素자기 일에 충실하여신념이 두터우면누가 뭐래도.눈하나 깜짝할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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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6 16:33
나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복숭아와 포도농사를 짓는 농부이면서 농산물 수출하는 일도 한다. 과일나무에 이끼 제거하는 것과 미나리가 아삭한 맛이 나게 하는 농자재 홍보를 하면서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농업 컨설팅도 한다. 특히나 가을걷이가 끝나면 유기질 비료 배달하는 배달꾼이기도 하다. 말이 유기질 퇴비이지 바로 표현하자면 동물들의 똥거름이다. 소똥 닭똥 돼지 똥 갈매기 똥 염소 똥까지 모든 똥들은 밭을 거름지게 만든다. 요즘 쓰이는 똥들은 발효를 시킨 다음 포대기에 담아서 상품화되어 나온다. 그것을 똥이라 하지 않고 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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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9 16:30
장맛비남편이 죽었다새벽에 갑지기 죽었다떠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가버렸다나는 통곡을 할 수가 없다가슴이 미어터지고 그간 쌓였던 울분을화산 터지듯 불출하고픈데 달랜다나는 통곡을 할 수가 없다새벽 통곡은 민폐를 불러온다길고 긴 시간 당하고 살 수 밖에 없었던 그 수모 어찌 잊으리모진 언어폭행은 어떻게 갚으리한마디 말도 없이 훌쩍 가버린 짝그래도 나는 통곡을 할 수가 없다오랜 시간 가두어둔 외로움이 폭발해도가슴에 큰바위 하나 힘겹게 올려놓고추적추적 그렇게 울 수밖에 없다천둥번개도 없이 소낙비도 없이그저 보슬비가 될 수 밖에 벗다천둥번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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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9 15:53
트럭 한 대가 들어오더니 남자가 내렸다. 그는 복숭아와 포도농사를 짓는 농부였다. 농사짓는데 필요한 상담을 받으러 왔다. 남자는 만 평 이상 복숭아와 포도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작년 여름에 며칠 동안 비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방제 시기를 놓쳤단다. 그 바람에 세균성 구멍병이 왔고, 탄저병까지 와서 농사를 망쳤다고 한다. 평년에 비해서 소출이 반 토막이 났다며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인건비며, 자재비도 만만찮은데 그것보다 올해 농사가 더 걱정이었다. 그는 작년에 왔던 세균성 구멍병이 또 올까봐 노심초사했다. 세균병은 한 번 오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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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9 10:10
살다보면살다보면무심코 길을 걷다 넘어지기도 하고살다보면고드름이 땅에서 솟구치기도 하고살다보면새똘에 얼굴을 맞기도 한다어디 물이 원하는 곳으로만 흐르던가바람따라 구름따라 무심히 흐른다햇살이 늘 따갑기만 하던가천둥번개가 태풍을 몰고 오고삭풍에 눈보라가 치기도 한다살다보면사랑했던 남에게서 또 다른 사랑을 배우고살다보면뒷통수를 치고 달아난 친구가 스승이되기도 한다시냇물이 강물이 되고강물이 바닷물이 되듯새봄이 오면 낙엽이 꽃이 되듯살다보면 그렇게 살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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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9 10:04
고향은 생각만 해도 포근하고 아련한 추억이 꿈틀거리는 곳이다. 내 고향은 경주시 광명동이다. 골 깊은 곳에 동네가 있어 ‘골안’ 이라 불렀다. 7남매 막내인 아버지로부터 5남매 막내로 태어나 40대 초에 부모님과 남편을 잃은 채 버거운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늘 부모님이 그리워 향수에 젖어있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의 칠 남매 중 고모 한 분만 ‘방네’로 시집가고 큰집, 작은집, 고모 집까지 이웃 되어 살았다. 서로에게 따스한 울타리가 되고 쉴 그늘이 되어주며 사랑과 돌봄 속에 인정이 넘쳤다. 마당 가장자리에 큰 솥 걸어놓고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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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30 16:33
마비정 벽화돌담 골목길에서 서성이고 있다가슴 깊숙한 곳이 허전하다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다세상 절벽을 기어오르면서찢어진 호주머니 속에서한 장 두 장 허공으로 날아간 사진들철이 영희 순이 달구지 말뚝 박기이름은 입속에서 노는데모습들이 휑하니 날아가 버렸네반월 장날에 가신 할배 손에희멀건 눈알의 간고등어가 스쳐 간 길술심부름 간 손자의 얼굴에 진달래 피었던 길할배의 일성고놈... 참! 하시면서허허 웃는 소리에 화들짝 까어보니허공에 날려간 빛바랜 사진들이간밤에 내린 봄비에 젖어마비정 마을 담에 불어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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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3 08:15
친구가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다니던 직장엔 휴직을 내고 아이들은 친정 부모님한테 맡겨두었다. 남편과 성격이 맞지 않는다며 몇 개월째 별거 중이었는데 인도를 다녀와선 미뤘던 이혼서류를 법원에 넣을 참이었다. 그곳에 가면 무언가 삶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나에게 아이들이 잘 있는지 가끔씩 그녀의 친정집에 들러 봐 달라고 부탁했다. 두 달 만에 그녀가 여행에서 돌아왔다. 차 한 잔 마시자며 연락이 온건 입국 다음날이었다. 결이 고왔던 긴 머리는 윤기가 다 빠진 듯 푸석했고, 지적이던 하얀 얼굴은 거무스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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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2 15:22
마음속을 열어봐말로 다하지 못한마음속 이야기가톡톡 튀어나와 한바탕 논다무지갯빛 생각들이출렁출렁 바다를 만들고생각의 씨앗이쑥쑥 자라서 숲을 만든다하얀 도화지에꿈틀꿈틀나의 꿀들이 헤엄쳐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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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2 15:14
일생을 살면서 인연이란 이름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희로애락이 물레방아처럼 돌아가는 인생길에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역사를 이루어간다.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 여정에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살 수 있을까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평생 만나는 사람이 약1,500명이라고 한다. 그중에는 만나서 편하고 유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불편하고 해가 되는 사람도 있다. 좋은 사람만 만나면 좋겠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모습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타고난 재능과 사고가 다른 사람들이 섞여서 살아가는 일생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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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1 20:39
산딸기 정석현 연분홍 접시에 나의 하얀 꽃향기의 마음을 가득 담아 그대께 드리리다 붉게 물던 산딸기같이 달콤새콤한 맛의 향기를 하얀 접시꽃 쟁반에 가득 담아 드리리다 알알이 영글어 무더운 초여름에 입맛을 돋우는 새콤달콤한 영양을 붉은 접시꽃 쟁반에 소복이 담아 드리리다 들판 야생화의 짙은 향기의 순수한 마음도 분홍 접시꽃 쟁반에 가득 담아 드리리다 이름 모를 새들도지푸라기 집을 짓고 파란 알을 낳아 품으며 지지 비비 계절을 노래하며세월을 만드는데 양지쪽 햇살을 받으며 빨간 산딸기 정열을 가슴에 품고서 건강과 행복을마음 접시꽃 쟁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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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1 20:28
아름다운 통곡 허물어진 사원은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나를 제압한다.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오던 기운의 세례를 받는 냥 가슴이 뭉클하다. 이파리 하나 없는 스펑나무를 받들고 서 있는 사원은 폐허가 된 것으로 보아 오랜 세월이 흘렀음을 짐작케 한다. 나는 지금 캄보디아의 사원, 앙코르 톰에 와 있다. 담과 담 사이는 마치 용암이 흘러내린 형상이다. 사원을 짓느라 동원되었을 사람들의 힘겨움이 사암에 새겨져 있다. 돌 틈 사이로 사원 곳곳에 파고든 뿌리들은 사원과 나무가 한 몸이 되어 관광객의 시선을 끌어모은다. 앙코르 톰은 앙코르 왕조 자